미술계 소식

산과 강은 언제부터 '풍경'이 됐을까…홍선표 '한국의 풍경화' 출간

2026.11.07

개화기부터 동시대까지 한국 풍경화 100여 년의 역사

고희동·나혜석부터 향토색 논쟁·현대미술까지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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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산과 강은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부터 그것을 '풍경'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까.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풍경은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 속에서 만들어진다.

한국미술사학자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한국 풍경화 100여 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한국의 풍경화'(484쪽·한국미술연구소CAS)를 펴냈다.

개화기 서양의 풍경화 개념이 들어온 시점부터 오늘날의 현대미술까지 한국인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한국 근현대 풍경화의 흐름을 통사적으로 다룬 첫 개설서다.

저자는 풍경을 단순히 자연을 재현한 그림으로 보지 않는다. 풍경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인식과 시대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자연을 '풍경'으로 보는 것은 인간뿐이다. '풍경'은 인간의 시각과 인식 작용을 통해 성립되기 때문이다."

책은 서양의 풍경화 개념이 근대 일본에서 번역되고 개항기 조선에 전해진 과정에서 출발한다. 오랜 산수화 전통을 지닌 한국에 새로운 회화 장르가 유입되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각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회화뿐 아니라 사진과 그림엽서, 교육과 관광 등 풍경을 둘러싼 시각문화도 함께 살핀다. 개화기 한양의 파노라마관에서 사람들이 접한 유럽 도시의 풍경, 외국인 화가들이 그린 조선의 모습, 교과서 삽화까지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고희동·김관호·김찬영·나혜석 등 초기 서양화가들의 풍경화를 비롯해 금강산을 새롭게 발견한 근대 관광문화,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확산된 '조선 풍경'도 조명한다.

특히 1930년대 화단을 지배했던 '향토색' 담론을 식민지의 시선에서 다시 살핀다.

저자는 "'향토색'이나 '조선적인 것'은 제국 일본의 욕망과 논리에 의해 권장되고 요구되면서 중심 담론이 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해방 이후에는 전쟁과 분단을 거쳐 등장한 한국적 풍경화와 모더니즘의 확산, 반추상 풍경과 추상화 속 자연 이미지, 1980년대 신형상 풍경화까지 살핀다.

나아가 기록과 기억, 가상과 혼합매체로 확장된 동시대 풍경화부터 기후변화와 생태 위기를 다루는 작업까지 아우른다.

홍 교수는 일본 규슈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와 한국미술사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근대미술사', '조선회화', '한국 근현대미술사론'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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