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케네디센터 명물 조엘 샤피로 ‘블루’ 철거 논란

2026.09.04

7.3m 대형 조각 7년 만에 철거…샤피로, 한국서 세 차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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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약 7.3m의 조엘 샤피로 2019년작 ‘블루(Blue)’. (사진=케네디센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거대한 파란색 조각이 철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네디센터 운영에 본격 개입한 이후 진행된 문화예술계 재편의 하나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정치권력의 예술 개입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네디센터는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조각가 조엘 샤피로(1941~2025)의 야외 조각 ‘블루(Blue)’를 철거했다. 크레인이 동원돼 작품의 팔과 다리를 차례로 분리했다.

조엘 샤피로는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조합해 움직이는 인간의 몸을 연상시키는 조각으로 알려진 미국의 대표적인 포스트미니멀리즘 조각가다. 지난해 83세로 별세했다.

높이 약 7.3m의 ‘블루’는 직사각형의 파란색 알루미늄 블록으로 만든 거대한 사람 형상의 작품이다. 한쪽 다리를 힘껏 들어 올린 모습으로 보는 방향에 따라 뛰거나 춤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

2019년 케네디센터 확장 공간 ‘더 리치(The Reach)’ 개관과 함께 설치된 이후 포토맥강과 주변 도로에서도 보이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샤피로는 생전 이 작품을 행동과 위험,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표현한 ‘가능성에 대한 찬가’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철거를 둘러싼 논란은 작품보다 ‘누가, 왜 없애기로 했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케네디센터는 철거를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구체적인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센터 측은 “‘블루’가 수년간 캠퍼스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람객들을 샤피로의 예술 세계와 연결해 준 데 깊이 감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품은 조엘 샤피로·엘런 펠런 재단으로 넘겨지며 향후 설치 장소는 재단이 결정한다.

하지만 지난 3월 케네디센터에서 해고된 전 시각예술·특별프로그램 큐레이터 조지프 팔레르모의 주장은 다르다.

팔레르모는 지난해 9월 당시 케네디센터 책임자였던 리처드 그레넬의 사무실로 불려가 야외 미술작품을 모두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센터가 2년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새로운 미술품을 원한다는 이유였다는 주장이다.

다만 팔레르모는 당시 그레넬이 ‘블루’를 특정해 철거 대상으로 지목한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센터를 떠난 뒤 5개월 넘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철거 계획이 보류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 ‘블루’가 해체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케네디센터 이사진 상당수를 교체했다. 새 이사회는 트럼프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후 센터 명칭과 공연 프로그램, 운영 방향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이사회는 센터 명칭에 트럼프의 이름을 넣기도 했지만 올해 미 연방법원은 이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트럼프의 이름을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지난달 이사회는 센터 전면에 ‘도널드 J.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복원·개조됐다(Restored and Renovated By President Donald J. Trump)’는 문구를 새기는 방안을 다시 의결했다. 이사회는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위해 센터를 2년간 폐쇄하는 방안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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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untitled, 2021wood and oil paint18-3/8" × 9-7/8" × 7-1/2" (46.7 cm × 25.1 cm × 19.1 cm)No. 78117Photo by Jonathan Boyd; Wilson Santiago© Joel Shapiro / Artists Rights Society (ARS), Courtesy Pace Gallery



‘블루’ 철거에 문화예술계 시민단체도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문화기관 개입에 반대해 결성된 ‘핸즈 오프 디 아츠(Hands Off the Arts)’는 이번 철거를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단체 관계자는 AP통신에 “‘블루’는 워싱턴을 찾는 사람들을 맞아주는 매우 친근한 존재였다”며 작품 철거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블루’는 케네디센터에서 열리는 ‘내셔널 댄스 데이’의 상징물 역할도 해왔다.

샤피로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94년 갤러리 서미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고, 2008년 가나아트 개인전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다. 2021년에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호암미술관에도 소장돼 있다.

2008년 내한 당시 샤피로는 한국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조각 앞에서 작품의 동작을 따라 하기도 한다며, 작품에 나타난 움직임은 사고의 표출이자 경험에서 비롯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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