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주사기 작가' 윤종석의 변신…색면추상으로 건너간 풍경

2026.06.10

도로시살롱서 '차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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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_차경 借景 Borrowing Landscape (TR. Gaziantep 20231111) 2026 acrylic on canvas 48x.28.2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산은 사라지고 면이 남았다. 바다는 지워지고 색이 남았다. 오랫동안 '주사기 작가'로 불려온 윤종석이 이번에는 풍경이 지나간 자리를 그린다.

서울 삼청동 도로시살롱은 12일부터 윤종석 개인전 '모든 흔적에는 이유가 있다'를 개최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주사기를 이용해 수만 개의 점을 찍고 선을 긋는 작업으로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온 윤종석의 전혀 다른 얼굴 같은 전시다. 화면을 가득 채운 점들은 사라졌고, 대신 넓고 평평한 색면들이 산과 하늘, 바다와 들판의 형상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풍경화가 아니다.

작품 제목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차경(借景·Borrowing Landscape)'이 말하듯, 실제 풍경을 빌려왔을 뿐 재현하지는 않는다. 노르웨이 트롬쇠와 트롤스티겐, 터키 가지안테프, 경기 수동 등 여행지에서 스쳐 지나간 풍경들은 작가의 기억과 감정을 통과하며 간결한 색과 면의 언어로 다시 태어났다.

윤종석은 어느 날 여행길에서 마주친 풍경이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 가슴 속으로 훅 들어와 생각의 작동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농부들의 경작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선과 색이었다.

그래서 그의 풍경은 실제 장소의 기록이 아니다. 풍경이 남긴 인상과 잔상,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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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차경 借景 Borrowing Landscape (NO. Trollstigen 20230706) 2026 acrylic on canvas 47.3x.66cm *재판매 및 DB 금지


 멀리서 보면 미니멀한 색면 추상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화면은 또 하나의 풍경이 된다. 흘러내린 물감이 굳어 만든 층과 두께, 캔버스 가장자리에 남은 물질의 흔적은 마치 오랜 세월 퇴적된 지층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에는 색뿐 아니라 시간과 중력이 지나간 자국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가는 선을 긋지만 면은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다. 여러 색의 물감을 밀어내며 만드는 색면은 작가의 의도와 자연의 중력이 함께 완성한다. 풍경이 자연과 인간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윤종석의 회화 역시 인간과 자연의 공동 작업인 셈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선 또한 눈길을 끈다. 실제 풍경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 선은 차창 밖 풍경을 따라 움직이던 시선의 궤적처럼 보인다. 산을 그린 것이 아니라 산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린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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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석 차경 借景 Borrowing Landscape (ROk. Sudong 20260313) 2026 acrylic on canvas  62.5x.91c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동안 사회와 인간,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업에 담아왔던 윤종석은 이번 전시에서 한 발 더 내면으로 들어간다. 이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니다. 풍경을 어떻게 시각 언어로 변환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을 어떻게 감정의 형상으로 바꿀 것인가가 그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점과 선의 회화에서 색과 면의 회화로 건너간 윤종석의 변화는 단순한 전환이 아니다. 주사기를 내려놓은 그는 풍경이 남긴 흔적과 기억을 추상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은 형식뿐이다. 화면 위에 시간을 쌓고 색을 경작하듯 한 칸 한 칸 일구어 가는 농부 같은 성실함은 여전하다. 반듯한 붓질과 차분하게 겹쳐진 색의 층위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전시는 28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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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윤종석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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