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흑인 누드·꽃·고전 조각까지…'형태'에 집착한 메이플소프
2026.06.09
사진과 조각의 경계 허문 20세기 사진 거장
국제갤러리 한옥서 5년 만의 전시
대형 젤라틴 실버 프린트 국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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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Thomas〉1987 Silver gelatin 137.2 x 137.2 cm (54 x 54 in.)©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진은 어디까지 예술이 될 수 있을까.
20세기 후반 미국 사진계를 뒤흔든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는 평생 이 질문을 밀어붙인 작가였다. 그는 사진을 단순한 기록의 매체가 아니라 조각처럼 구축할 수 있는 독립적 예술 형식으로 바라봤다.
국제갤러리가 9일부터 7월 19일까지 한옥 공간에서 선보이는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은 그가 평생 탐구한 '형태(Form)'의 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2021년 국내 첫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섹슈얼리티나 인물 초상 등 개별 주제보다 메이플소프 사진을 관통하는 조형 언어와 형식미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과 협력해 제작한 대형 오버사이즈 젤라틴 실버 프린트가 국내 최초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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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미국 현대사진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 기자간담회를 갖고 작가의 실험정신과 현대의 사진 기술을 접목한 새 오버사이즈 연작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고 있다. 2026.06.09. [email protected] |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작품은 원형 프레임 안에 흑인 남성의 신체를 응축한 대형 사진이다. 양팔과 다리, 어깨가 만들어내는 긴장감 있는 선들은 고대 조각을 연상시킨다. 동시에 흑인 남성 누드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 소재를 통해 기존의 미적 기준에도 도전한다.
메이플소프는 생전 "사진은 말하자면 조각을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의 사진은 우연한 순간을 포착하는 '찰나의 미학'보다 빛과 그림자, 비례와 균형을 철저히 통제하는 '극한의 미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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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9일부터 한옥에서 미국 현대사진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전이 열린다. 2026.06.09. [email protected] |
검은 배경 위에 놓인 흰 튤립 사진 역시 식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인다. 꽃은 아름다운 자연물이 아니라 완벽한 선과 형태를 가진 조각으로 재탄생한다. 관능성과 긴장감, 생명과 소멸의 감각이 동시에 스며 있다.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은 대형 젤라틴 실버 프린트다. 은 입자가 포함된 감광지를 사용하는 전통 흑백 인화 방식인 젤라틴 실버 프린트는 깊은 흑색과 풍부한 회색조를 구현하는 대표적 사진 기법이다.
국제갤러리 강명주 씨는 "메이플소프 재단의 협력으로 제작된 오버사이즈 작품들은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최대 수준의 디테일과 물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작품이 거대해질수록 사진은 벽에 걸린 이미지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하는 하나의 존재가 된다.
전시는 인물, 여성 및 남성 누드, 꽃, 고전 조각, 풍경 등 메이플소프가 평생 다뤄온 주요 주제들을 아우른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형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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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제갤러리는 9일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한옥에서 미국 현대사진 작가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 '형태의 시학(The Poetics of Form)'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사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09. [email protected] |
남성 모델은 전통적으로 여성 누드에 부여됐던 포즈를 취하고, 꽃은 인체를 연상시키는 관능적 형상으로 등장한다. 흑인 남성 누드에서는 화병의 견고한 구조가 느껴지고, 꽃은 의인화된 신체의 확장처럼 보인다. 탐미주의와 급진성이 공존하는 이 양가성은 메이플소프 작업의 핵심이다.
1960년대 브루클린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회화와 조각,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사진과 조각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었다. 폴라로이드, 젤라틴 실버 프린트, 다이-트랜스퍼 컬러사진, 실크스크린, 석판 인쇄 등 다양한 매체 실험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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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Ken and Tyler〉 1985 Silver gelatin 50.8 x 40.6 cm (20 x 16 in.)©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는 메이플소프가 사진을 통해 구축한 조형적 언어와 형식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며 "한옥이라는 절제된 공간 속에서 그의 작품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화이트큐브가 아닌 한국 전통 한옥 공간에 설치된 점도 눈길을 끈다. 목재 구조가 만들어내는 절제된 리듬과 메이플소프 특유의 흑백 사진이 만나며 형태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탐구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결국 이번 전시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사진은 기록인가, 조각인가.
메이플소프는 생전에 이미 답을 내놓았다. 사진은 순간을 붙잡는 기술이 아니라 형태를 창조하는 예술이라고. 그의 흑백 사진들은 지금도 한옥의 고요한 공간 속에서 조각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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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갤러리 한옥 로버트 메이플소프 개인전 《형태의 시학》 설치전경 사진: 안천호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재판매 및 DB 금지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