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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시장서 건져올린 서사…스페이스K 서울, 맨디 엘-사예 개인전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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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엘-사예, 《테레사, 이후》, 전시 전경, 스페이스K 서울, Photo by JunHo Lee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흩어진 기록은 누군가에게는 폐기물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서사의 시작점이 된다.

서울 강서구 스페이스K 서울은 맨디 엘-사예의 개인전 ‘테레사, 이후(For Theresa)’를 6월 21일까지 개최한다.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어머니와 팔레스타인계 아버지 사이에서 성장한 작가는 현재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적 배경과 비주류적 위치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자료 수집과 편집을 중심으로 한 아카이브 기반 설치로 전개된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 9점을 포함한 30여 점이 출품됐다. 지도, 서예, 지폐 등 다양한 인쇄물과 텍스트 파편이 겹쳐진 화면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지식과 제도의 구조를 다시 묻는다. 무엇이 기록되고, 무엇이 배제됐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특히 작가는 한국의 박물관과 고서점, 벼룩시장 등을 직접 탐색하며 수집한 자료들을 작업에 적극 활용했다.  거대 서사에서 밀려난 개인의 흔적을 다시 불러내 재조합했다. 수집한 자료를 덧대고 이어 붙이는 ‘봉합’의 방식을 통해 기록의 틈새에 남겨진 개인들의 서사를 시각화한다. 견고해 보였던 질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서사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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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엘-사예, 《테레사, 이후》, 전시 전경, 스페이스K 서울, Photo by JunHo Lee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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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엘-사예, 《테레사, 이후》, 전시 전경, 스페이스K 서울, Photo by JunHo Lee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 제목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을 참조했다. 그의 저서 ‘딕테(Dictee)’에서처럼, 파편화된 언어와 기억을 엮어 역사 속에서 지워진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시도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다.

작가는 2019년 런던 치즌헤일 갤러리, 2025년 네덜란드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테이트 미술관과 LA 카운티 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배우 소유진이 오디오가이드에 참여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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