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K컬처 아이콘' 국중박-블랙핑크가 연 '플랫 컬처' 실험

2026.03.04

역사와 대중문화 융합해 서로 시너지

줄 서서 K-팝 듣고, 아이돌 음성 도슨트

"융합, 우리 정체성…끊이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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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컴백을 기념해 내달 8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중박 X 블랙핑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국중박 X 블랙핑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국립중앙박물관 모습.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2.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블랙핑크 신곡을 듣고, 반가사유상 음성 도슨트는 지수 목소리다. 하루 종일 줄이 끊이지 않는 박물관은 이윽고 밤이 되면  핑크빛으로 물든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벌어지는 이 낯선 풍경은 전통 문화 유산과 대중문화가 만나는 새로운 문화 경험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K팝 그룹 블랙핑크가 함께 선보인 역대급 프로젝트 '국중박X블랙핑크'는 우리 역사(헤리티지)와 대중문화가 같은 층위에서 소비되는 '플랫컬처(Flat Culture)'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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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 컴백을 기념해 내달 8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중박 X 블랙핑크' 프로젝트를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은 '국중박 X 블랙핑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국립중앙박물관 모습.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2.2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K-컬처 대표 아이콘의 만남

국중박은 블랙핑크 세 번째 미니 앨범 ‘데드라인’ 발매에 맞춰 지난달 26일부터 박물관 1층 '역사의 길'에 청음 공간인 '리스닝존을 운영하고 있다.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 설치된 공간에서는 블랙핑크의 신곡을 들을 수 있다. 다섯 명씩 입장하는 청음 터널에는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박물관에서 음악을 듣기 위해 줄을 서는 풍경은 이례적이다.

블랙핑크 멤버들은 국중박의 대표 유물 8개에 대한 음성 해설에도 참여했다.

지수와 제니는 한국어 해설을 맡았고 로제는 영어, 리사는 태국어로 유물을 소개한다. 경천사 십층석탑, 금동반가사유상, 백자 달항아리, 경주 부부총 금귀걸이 등 대표 유물들이 아이돌의 목소리를 통해 설명되는 방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협업을 두고 "K컬처 아이콘과 아이콘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K팝 아티스트와 한국을 대표하는 박물관이 만나 새로운  문화적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는 유홍준 관장이 강조해 온 '박물관의 복합문화공간화' 구상과도 맞닿아 있다. 박물관을 단순한 전시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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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그룹 블랙핑크가  세 번째 미니 앨범 '데드라인'(DEADLINE) 발매를 기념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이하 국중박)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2.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색다른 청음 경험-글로벌 관람층 유입 '윈윈'

이번 프로젝트는 YG엔터테인먼트가 박물관 측에 협업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앞서 방탄소년단(BTS)이 박물관을 배경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지만 대규모 마케팅 협업은 블랙핑크가 처음이다.

블랙핑크 팬들에게 색다른 청음 경험을 제공하고, 박물관은 K-팝 글로벌 팬덤의 관심과 새로운 관람층을 유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YG 관계자는 "블랙핑크는 음악을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해 왔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음악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도 함께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팬들이 한국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문화재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해외 방문객에게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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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이재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K-팝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 상징색인 분홍빛으로 물들어 있다. 2026.02.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단순한 '융합' 넘어 새로운 '웨이브'로

전문가들은 이번 협업을 최근 문화 지형의 변화 속에서 나타난 상징적인 장면으로 해석한다.

안현정 성균관대 박물관 학예실장은 '플랫컬처'를 전통·순수예술·대중문화처럼 위계로 나뉘던 문화가 같은 층위에서 소비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유물, 미술 등이 전문가 중심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대중문화와 연결되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화적 혼합은 한국 문화의 특징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요소를 한 표면에 새겨 넣어 새로운 무늬를 만드는 상감청자처럼, 전통과 현대가 한 층위에서 어우러지며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낸다는 해석이다.

안 실장은 이러한 문화적 겹침이 K컬처 확장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기보다 서로 포개지며 새로운 문화 층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안 학예실장은 "이번 협업이 굉장히 고무적이고 좋은 현상"이라며 "문화 자긍심이 올라가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우리만의 독특한 활력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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