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페로탕이 주목한 김훈규…비단위에서 치열한 믿음의 회화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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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 Kyu Kim, Bluish Red,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65 × 21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비단 위에서 동물들이 싸운다. 가재가 붉게 타오르고, 연어가 푸르게 뒤엉켰다. 토끼, 돼지, 앵무새, 연어 등 종(種)의 경계를 넘나드는 생명체들로 빽빽하다. 이들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을 반복하며 괴로워하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인간 세계가 연상되는 잔혹한 기시감이 스며든다.
7일 서울 도산대로 페로탕 서울이 개막한 김훈규(39)의 개인전 ‘The Prayers’는 작가가 신앙과 믿음이라는 근원적 질문으로 확장한 신작 10여 점을 선보인다. 세계적 갤러리 페로탕이 주목한 한국 작가 전시라는 점에서 시선이 쏠린다.
김훈규는 고려불화의 정밀한 표현과 비단 채색기법을 토대로 동서양의 회화적 어법을 혼성시켜온 작가다. 서울대학교 동양화과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을 졸업하고 현재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동서양의 시각 언어를 교차시키는 독자적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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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 Kyu Kim_Portrait *재판매 및 DB 금지 |
김훈규는 “그림 안에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화가가 목숨을 건 것처럼” 그리는 태도로 공필화(工筆畵)를 발전시켰다.
비단 위에 색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세필의 수행은 신념을 향한 인간의 열망과 불안, 그리고 구원의 의지를 함께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실제 불화 제작 방식을 차용해 비단 위에 섬세하고 정교한 수묵화를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동양의 세필과 서양의 구도, 그리고 다중 관점이 한 화면에 교차한다. 동서양의 시각 체계가 충돌하고 뒤엉키는 자리에서 김훈규의 회화는 신념의 형태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동물 군상의 세계에서 확장되어, 종교와 신념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조명한다. 기독교의 붉은 가재, 불교의 뱀, 천주교의 남방가재 등 종교별 ‘지배 동물’을 설정해 권력과 믿음의 역학을 시각화했다. 'Reddish Yellow'에서는 카나리아 무리와 ‘러버덕교’ 신도들이 벌이는 혈투가 펼쳐지고, 'Bluish Red'와 'Reddish Blue'는 서로 다른 색의 신념이 교차하며 충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유구하고 무한한 욕망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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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 Kyu Kim, Reddish Blue, 2025, Hand painted pigment on silk, 170 × 120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재판매 및 DB 금지 |
페로탕은 “유머와 풍자로 가득한 그의 작품에서는 부패와 어리석음, 방종의 위험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며, 이는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다”며 “김훈규는 동서양의 회화 언어를 잇는 작가로, 현대적 영성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고 전했다.
혼돈과 질서, 안과 밖, 하나의 신념과 다른 신념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김훈규의 작품은 ‘무엇이 옳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