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국보 두 걸작 청자·백자, 대구간송미술관서 마지막 공개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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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설전시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사진=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간송 전형필(1902~1962)은 1935년 어느 날, 일본인 수장가 마에다 사이이치로에게서 청자를 발견했다.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기와집 스무 채 값인 2만 원을 내밀었다. 그 한 손의 결단이 오늘날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지켜냈다.
오사카의 골동품상이 두 배 값을 제시했지만, 간송은 고개를 저었다.
그에게 예술은 ‘돈으로 사고파는 물건’이 아니라 ‘혼으로 이어가는 유산’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구한 청자는 곧 ‘고려의 하늘’이라 불리게 됐다. 완벽한 형태와 신비로운 비색, 학이 구름 사이를 날며 도자기 표면에 생명을 새긴다.
1년 뒤, 간송은 다시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장에 섰다.
이번에는 붉은 빛이 도는 백자였다. 청화와 철채, 동채가 얽히며 국화와 난초, 나비가 춤추는 병. 야마나카상회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1만4000원에 손에 넣었다.
그 백자는 ‘조선의 땅’이라 불렸다. 절제 속의 화려함, 침묵 속의 생동. 긴 목과 둥근 몸은 달항아리의 품처럼 조선을 품는다.
그로부터 90년이 흘렀다. 이 두 도자기는 여전히 간송의 정신을 품은 채 대구간송미술관 상설관에서 관람객을 맞이한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두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은 내년 1월 19일까지만 볼 수 있다. 미술관은 “그 이후에는 한동안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설전에는 국보 ‘혜원전신첩’의 주요 작품 ‘청금상련’, ‘이승명기’, ‘유곽쟁웅’, ‘임하투호’ 등 4점이 새롭게 공개됐다.
신윤복 특유의 세밀한 필선과 화려한 색채는 조선 후기의 풍속과 인간미를 생생히 드러낸다. ‘혜원전신첩’은 1935년 일본으로 유출됐다가 간송 전형필이 오사카의 고미술상으로부터 구입해 환수한 것으로, 1970년 국보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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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은, 대나무로 세상을 울린 한 사람 ⓒ대구간송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대구간송미술관은 오는 12월 21일까지 광복 80주년 기념 기획전 ‘삼청도도 – 매·죽·난, 멈추지 않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탄은 이정의 ‘삼청첩’(보물)을 비롯해 역사적 고난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품 100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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