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프리즈 서울 왔다가…독일·프랑스 합작 '마이어리거울프' 개관
2025.09.09
![]() |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마이어리거울프 외관 전경. 사진: 장미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프리즈 서울 무대를 발판 삼아 글로벌 갤러리가 또 서울에 들어섰다.
독일 마이어리거와 프랑스 조슬린 울프가 공동으로 설립한 ‘마이어리거울프(Meyer Riegger Wolff)’가 지난 2일 한남동에 문을 열었다. 두 대표가 아시아 전역에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처음 시도하는 합작 공간이다.
두 갤러리는 2022년 프리즈 서울에 참가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스위스 작가 미리암 칸의 강렬한 작품을 중심으로 꾸린 첫 공동 부스는 큰 호응을 얻었고, 이를 통해 한국 내 기존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컬렉터들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었다.
2023년에는 협업의 폭을 확대해, 각자의 소속 작가를 아우르는 전시를 선보이며 개별 정체성을 넘어서는 통합적 프로젝트로 발전시켰다. 이어 2024년에는 파트너십을 한층 더 확장해, 두 갤러리의 미래 비전을 반영하는 대규모 그룹전을 열었다. 같은 해 마이어리거는 서울에 임시 전시 공간을 마련해 새로운 작가들과 실험적인 전시를 시도했다.
이러한 단계적 협업과 성과가 쌓이면서, 2025년 ‘마이어리거울프’의 개관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개념미술과 실존적 주제에 기반한 전시로 명성을 쌓아온 두 대표는 “서울은 세계 동시대 미술 담론과 지역적 맥락이 교차하는 이상적인 환경”이라며, 파리·베를린 소속 작가뿐 아니라 한국 및 아시아 신진 작가를 꾸준히 소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
왼쪽부터: 토마스 리거(Thomas Riegger), 요흔 마이어(Jochen Meyer). 사진: 올리버 로우라(Oliver Roura) *재판매 및 DB 금지 |
갤러리 건물은 건축가 최욱(원오원 아키텍츠)이 설계했다. 흰색 외벽에 주황색 포인트를 더한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중첩된 기하 구조가 특징이다. 대형 설치부터 개념적 작업까지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화랑이자 담론의 장”이라는 비전을 드러낸다.
개관전은 '지난밤 꾼 꿈(Heute Nacht geträumt / Dreamed last night)'으로 11월 7일까지 열린다. 독일 작가 클레멘스 폰 베데마이어, 프랑스 회화 신예 알마 펠트핸들러, 거장 외젠 르루아를 비롯해 미리암 칸, 윌리엄 아나스타시, 그리고 18세기 익명 작가의 천체 드로잉 등이 나란히 소개된다.
전시는 미술사학자 이자벨 피셰의 연구에서 출발했다. 피셰는 18세기 파리 루브르 살롱전을 총괄한 ‘타피시에’의 역할을 조명하며, 예술가들이 스스로 전시를 기획하고 병치한 방식을 재해석했다. 마이어리거울프는 이를 현대적으로 소환해 살펴보고, 비교하고, 발견하는 경험을 관객에게 제안한다.
![]() |
가이아 무시(Gaia Musi), 마이어리거울프 갤러리 디렉터 및 파트너. 사진: 갤러리 조슬린울프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 디렉터이자 공동 대표인 가이아는 중국과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한국을 거점으로 한 교류 확대를 이끌 예정이다. 그는 “서울은 다양한 컬렉터 층과 빠르게 성장하는 미술 생태계를 갖춘 도시”라며, 신진 작가와 기성 작가 모두에게 창작과 발표의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남동과 이태원은 국제 갤러리 클러스터로 자리 잡았다. 리움미술관을 필두로 페이스, 리만머핀, 에스더 쉬퍼, 타데우스 로팍 등이 포진하며 서울을 아시아 미술 시장의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글로벌 갤러리가 밀집하는 지점이 있다면, 서울에서는 한남동이 그 역할을 떠맡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