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밭고랑에서 골법까지…남춘모 개인전 ‘From the lines’

2025.08.28

리안갤러리서울서 개인전 10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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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갤러리 서울 남춘모 개인전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나의 작업은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와 같은 향기’를 드러내고자 한다.”

선으로 기억과 감각을 엮어온 남춘모(64)가 28일부터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From the lines'을 연다.

남춘모는 경북 영양의 산비탈과 밭고랑, 흙과 비닐, 손끝의 촉각 같은 유년의 기억을 ‘선(線)’이라는 조형 언어로 되살려왔다. 선은 그에게 감각의 흐름이자 시간을 축적하는 행위이며, 기억과 공간을 연결하는 구조다. 반복적 선 긋기는 평면과 입체, 구조와 리듬이 교차하는 고유한 회화 세계를 만들어내며, 한지와 같은 전통 재료와 현대적 물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이번 전시는 선의 구조와 물질적 감각을 탐구해온 작가의 과정을 보여준다. 남춘모는 전통 회화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반복적인 선 긋기를 통해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관람자는 화면 앞에서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공간과 시간, 빛을 함께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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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d 2803, 2024, Acrylic on canvas, 115 x 1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beam></beam>작품의 핵심 요소인 ‘선’은 밭고랑, ‘井(우물 정)’ 자, 창호의 창살과 서까래 같은 전통 건축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그는 선을 단순히 긋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짓는 방식으로 다루며, 화면 위에 공간의 깊이와 리듬을 만들어낸다. 초기 연작에서의 그리드 실험은 최근 작업으로 오며 보다 회화적인 표현으로 발전했고, 전통적 개념인 ‘골법’으로까지 확장됐다.

대표작인 'Beam'과 'Spring' 연작에서는 합성수지 ‘폴리코트’로 만든 ‘⊔’ 형태 유닛을 캔버스에 부착해 뼈대를 세운다. 이는 서구 산업 구조체인 H빔의 순수성을 한국적 재료와 손의 반복 노동으로 바꿔낸 결과다. 화면에 드러난 ‘井’ 격자와 ‘#(해시태그)’ 형상은 전통의 공동체성과 디지털 시대의 네트워크성을 동시에 품는다.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이 농사짓는 일과 같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말처럼, 남춘모의 회화는 농경의 기억과 신체적 리듬에서 출발한다. 땅을 고르고, 비닐을 덮고, 씨앗을 뿌리는 과정은 광목천과 폴리코트를 다루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그 작품은 밭고랑의 기억이 선의 언어로 피어나며,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한국적 회화의 결을 드러낸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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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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