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퀴어, 한국미술의 새로운 언어?…‘오프사이트 2’와 ‘언하우스'

2025.08.28

아트선재센터서 여성·퀴어 담론 11팀 전시

프리즈 하우스 서울, 국내외 퀴어 작가 14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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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 Kim, a fist is a fist is a fist : Ignition, 2024. Performance. Courtesy of the artist. c Ru Ki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9월 '프리즈 서울' 기간을 전후해, 퀴어가 미술계에서 사회·정치·시장 담론을 아우르는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와 프리즈 하우스 서울(Frieze House Seoul)이 각각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와 '언하우스'를 통해 퀴어 담론을 전시 전면에 내세우며, 동시대 한국 미술의 변화를 보여준다.

퀴어가 더 이상 주변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사회와 정치, 그리고 시장의 흐름을 동시에 읽어내는 핵심적 언어임을 확인시킨다. 프리즈 서울의 화려한 무대 옆에서, ‘퀴어’는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질문들을 미술의 이름으로 되묻고 있다.

26일 개막한 서울 율곡로 아트선재센터의 '오프사이트 2: 열한 가지 에피소드'(10월 26일까지)는 젠더와 퀴어 서사를 정면에 놓는다. 이 전시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젠더·정체성·차별의 현실을 예술 언어로 드러내며, 동시대 미술이 사회 담론과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가시화한다.

곽소진, 루킴, 문상훈, 성재윤, 야광, 윤희주, 장영해, 조현진, 하지민, 한솔, 홍지영 등 11팀이 참여한다. 여성·퀴어·교차 정체성을 탐구하는 젊은 세대의 시각을 통해, 오늘날의 사회상과 파편화된 자아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드러낸다.

전시는 ‘수행성’과 ‘장치’를 키워드로 삼아, 규범을 유희하거나 전복하는 행위와 시각적 장치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열한 개의 에피소드는 단일한 서사가 아닌 다채로운 정체성의 장으로 펼쳐진다.

아트선재센터가 이어온 ‘장소 특정적 전시’ 기획의 연장선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국제갤러리 K2와 (투게더)(투게더)에서 열리며, 프리즈 서울 기간에는 퍼포먼스와 아티스트 토크도 이어진다. 아트선재센터는 이를 확장해 2026년 국내 최대 규모의 퀴어 그룹전을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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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하우스 서울 외부 전경. 사진=박성훈 *재판매 및 DB 금지

9월 2일 펼치는 프리즈 하우스 서울의 첫 전시 '언하우스'(10월 2일까지)는 집이라는 공간을 퀴어적 시각에서 해체한다.

김좋은아침, 최하늘, 이동현, 듀킴 등 한국 작가들과 안네 임호프, 캐서린 오피, P. 스태프 등 세계적 아티스트가 참여해 총 14인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는 ‘신체/정체성’, ‘공간/권력’, ‘관계/돌봄’, ‘기억/전승’ 네 가지 주제로, 집을 보호와 은신, 안전과 억압이 교차하는 양가적 공간으로 재해석한다.

큐레이터 김재석은 “성별·섹슈얼리티 논의가 격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집을 다시 사유하는 일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두 전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퀴어를 호출한다. '오프사이트 2'가 세대적 경험과 사회적 장소성을 탐색한다면, '언하우스' 집이라는 일상적 구조를 통해 세계적 퀴어 담론과 연결된다.

기관의 장기적 전략(아트선재)과 글로벌 아트페어의 플랫폼(프리즈)이 교차하면서, 퀴어가 한국 미술로 호흡하는 감각적 언어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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