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작가보상금·신고제·세제…한국 미술시장, 제도 갈림길에 섰다
2025.08.11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정책 세미나
법조계·학계·미술계, 5시간 넘게 열띤 논의
![]() |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정책 세미나 토론 현장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내 미술시장이 국제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법과 제도의 방향이 향후 10년을 좌우할 ‘분기점’에 섰다.
8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법적 지원방안’ 정책 세미나에서는 ▲미술품 재판매 작가보상금 제도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세제 개선 등 시장 구조와 경쟁력을 결정할 핵심 현안을 놓고 5시간 넘게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김승수·박수현 국회의원, (사)한국화랑협회, (사)한국문화예술법학회,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번 자리는 법조계·학계·미술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김성룡 (사)한국문화예술법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 이해와 건전한 비판을 통해 신뢰를 높이고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세션 작가보상금 제도, 균형점 찾기 절실
이유경 미국변호사(댄지거 로펌)는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 제도(추급권)’의 도입 배경과 해외 운영 사례,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그는 작품의 시장 가치는 작가의 역량만으로 형성되지 않으며, 민간과 공공 영역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제도 설계 시 이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교적 최근 국제 미술시장에 진입한 한국이 안정성과 매력도를 유지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무리한 도입은 자본이 홍콩·싱가포르 등으로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가보상금 지급을 위해선 거래 금액과 고객 개인정보 등 거래 내역 공개가 필요하다. 이는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화랑 입장에서는 영업 자산이자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행정기관에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제도의 실효성과 더불어 고객 신뢰 훼손, 행정 정보 이전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시장 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제도를 성급히 도입하면 개인 간 거래에서의 남소 가능성은 물론, 갤러리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돼 다양성이 사라지고 기업화된 미술시장만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호주, 프랑스, 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프랑스의 ‘선택적 집단관리 모델’을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도 향후 몇 년간 협약과 장려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국가가 후견적 위치에서 물러나 작가들이 주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에서 백동재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제도의 선의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현실과 법 체계를 감안했을 때 최선의 방향인지 다시 검토가 필요하다”며, 준비 과정이 생략된 채 제도가 이식된다면 상당한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제2세션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헌법적 타당성 논란
주민호 박사(경북대 법학연구원)는 ‘미술진흥법상 미술서비스업 신고제’의 헌법적 타당성과 거래 투명성 문제를 분석하며, 시행 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고제가 화랑의 정의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도입될 경우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에 참여한 윤정인 고려대 법학연구원 연구교수와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박사는 제도의 법적 한계와 정의 구체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승훈 한국화랑협회 정책이사는 “화랑의 본질과 기능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제3세션 세제 개선, 시장 활성화의 열쇠
권민 세무사는 ‘국내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방안’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사업상 미술품 구입에 대한 세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황헌순 계명대 교수와 이창규 중앙대 연구교수는 “세제 개편이 미술시장 활성화의 핵심”이라는 데 동의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미술품의 공공재적 기능 강화를 위한 세제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약 5시간에 걸친 세미나는 종합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제도 개선이 규제가 아닌 생태계 전반의 균형을 조율하는 수단임을 재확인했다. 김성룡 회장은 “미술진흥법이 실효성 있게 시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좋은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훈 (사)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이번 세미나가 미술시장 제도 개선의 실효성과 방향을 현실적으로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