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예술이 여는 DMZ ‘언두 디엠지’ 개막…10명 26점 전시
2025.08.11
야생성·생물 다양성 회복 중 DMZ서 현대미술展
김선정 기획 “미래 사유 새 지형 열어주길”
![]() |
양혜규, 〈디엠지 비행〉, 2020/2025, , 천 위에 염료프린트 360×660cm, 그래픽 지원 유예나 작가 제공 한국 국 립현대미 술관의 커미션,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제작 사진 이의 록 경기도-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총구가 사라진 자리, 풀잎이 경계를 넘고 새들이 노래를 되찾았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던 비무장지대(DMZ)가 70여 년 만에 역설적으로 야생성과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고 있다.
11일 개막한 현대미술전시 '언두 디엠지(UNDO DMZ)'는 이 변화의 풍경을 예술로 풀어낸다.
파주 민통선 통일촌 갤러리 그리브스와 임진각 평화누리 일대에서 10명의 국내외 작가가 회화, 설치, 사운드, 드로잉 등 26점을 선보이며, 예술을 매개로 DMZ의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한다.
전시 제목은 양혜규가 2020년에 발표한 작품명에서 가져왔다. ‘Undo’는 ‘되돌리다’뿐 아니라 ‘열다·풀다’의 의미를 품는다.
전쟁과 분단의 상징이자 상흔인 DMZ가 인간의 접근 제한 속에서 오히려 야생성과 생물 다양성을 회복한 현실에 주목하며,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 |
갤러리 그리브스에 선보인 홍영인, 학의 눈밭. 사진 아인아 아카이브. 리얼디엠지프로젝트 및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 기획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2011년부터 미술관의 경계를 넘어 DMZ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예술의 비판적 시각으로 탐구하고, 분단에 대한 인식을 환기하기 위해 시작된 예술·연구 프로젝트 ‘리얼디엠지프로젝트’를 설립해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 대해 “70여 년간 긴장과 전쟁의 잔재로 남아 있던 비무장지대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의 힘으로 회복되고 있는 과정을 예술가의 시선과 작업을 통해 바라보고자 한다”며, “작가들의 상상과 대안적 제안이 DMZ의 미래를 사유하는 새로운 지형을 열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
통일촌 마을 수매창고에 걸린 원성원, 〈황금털을 가진 멧돼지〉, 2010. C-프린트, 150×520cm, © , 원성원 작가 및 아라리오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전시는 다양한 매체와 접근 방식으로 ‘언두(Undo)’를 시도한 작가들의 실천을 조명한다. 자생 식물 생태를 액침표본으로 구현한 박준식, 경계 지역에서 채집한 사운드로 감시와 생태가 얽힌 풍경을 만든 김준, DMZ 횡단 관찰을 바탕으로 조류 드로잉을 선보인 아드리안 괼너, 민통선 오브제와 흙·미생물로 도시적 생태 구조를 완성한 실라스 이노우에의 작업이 전시된다.
이외에도 분단과 냉전의 긴장을 시각화한 양혜규, 철원 두루미 가족을 위한 신발과 사운드를 제작한 홍영인, 동물과 식물을 통해 생명의 관계를 사유한 원성원, 전쟁 유적과 별빛을 병치한 김태동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방탄 섬유와 금속으로 경계와 생명의 접점을 표현한 오상민, 군복·낙하산 등 군수 자원을 업사이클링한 래코드의 작업도 함께한다.
![]() |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에 설치된 오상민 '빛 자연과 선 의 線 틈에'. 사진=이의록. 경기도 및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특히 광복 80주년을 맞아 특별전 '1919-1949, 광복을 향한 시간의 기록'이 마련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선언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30년간의 역사를 조명해 전시에 깊이를 더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김준과 함께하는 사운드 워크숍 ‘통일촌의 아침을 기록하자’, ‘DMZ 걷는 문학’, 컬러링북 만들기 ‘DMZ 경계의 정원을 그리다’ 등이 운영된다.
'UNDO DMZ'는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11월 5일까지 경기북부 일원에서 예술·학술·스포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함께 이어진다. 세부 내용은 공식 누리집(gg.go.kr/dmzopen)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