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검열인가 편집인가”…서울시립미술관 도록 논란 확산
2025.06.23
서울시립미술관 “소통 과정 문제·제도적 보완” 약속
예술인연대 “검열을 소통 오해?…비평 존립 위협"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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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전경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서울시립미술관이 전시 도록 원고 게재 불가를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며, 미술계에서 ‘검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편집 판단을 넘어, 공공미술관의 출판 윤리와 소통 책임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서울시립미술관 산하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가 기획한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3월6일~7월27일)의 도록 원고에서 비롯됐다.
초청 필자인 남웅 평론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비판하는 서두를 포함한 평론을 제출했지만, 지난 2월 미술관 측으로부터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게재 불가 통보를 받았다. 해당 사실이 4월 말 공론화되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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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시도록 원고 수록 관련 입장문 *재판매 및 DB 금지 |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19일 공식 누리집에 입장문을 게재했다. 미술관 측은 “특정 정치적 사건이나 관점을 이유로 원고를 배제할 의도는 없었다”며 “원고가 전시 기획 의도와 해석에 부합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평론가와의 소통이 세심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논란을 심도 있게 재검토해 필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고, 오는 12월 발간 예정인 도록에는 성명, 논평, 언론보도 등 다양한 비평적 목소리를 함께 담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시 출판 과정에 대한 제도적 보완도 약속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일부 작가와 비평가들은 지난 21일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고 연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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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 성명 *재판매 및 DB 금지 |
예술인연대는 성명을 통해 “서울시립미술관은 입장이 불리해지자 언제든 검열을 ‘소통의 오해’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관의 입맛에 맞는 창작물만 요구하는 태도는 예술과 비평의 존립을 위협한다”며 “평론 게재 불가 결정 과정 및 관련 기록 공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23일 기준, 서명에는 노원희, 양혜규, 이미래, 임흥순, 전소정 등 국내 대표 작가를 포함해 50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미술계 일각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입장문이 문제의 본질인 ‘검열’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소통 오류인지, 공공기관에서 벌어진 표현의 자유 침해인지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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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미술전문기자] 서울시립아카이브의 새해 첫 전시인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에 이무기 프로젝트의 트랜스젠더-시간-지도를 선보였다. 트랜스젠더의 삶과 한국 퀴어 역사를 지도형식으로 시각화한 설치작업이다. 2025.03.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한편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전시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7월22일까지 열린다.서울시립미술관의 주제 기획전으로 기관 의제인 ‘행동’과 연계해 전시를 풀어냈다.
영상, 사진, 설치 작품으로 발표하는 권은비, 김아영, 나현, 문상훈, 윤지원, 이무기 프로젝트, 임흥순, 타카하시 켄타로 총 7인(1팀)이 참여했다. 제주4·3평화재단,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이 협업 기관으로, 풍성한 자료와 함께 구성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