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디지털 노이즈는 미감"…박종규 ‘비트의 유령들’ 전시

2025.06.23

아트조선스페이스, 3회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

LED 전광판 영상·시트지 회화·드로잉 등 27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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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하인두예술상 수상한 박종규 작가. 사진=아트조선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디지털의 '오류'는 예술의 '미감'이 될 수 있을까?
박종규(58)는 이 질문을 오랫동안 천착해온 예술가다. 배제된 신호, 흩어진 픽셀. 디지털 환경에서 흔히 ‘결함’으로 간주되는 노이즈를 그는 오히려 미술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박종규의 제3회 하인두예술상 수상 기념전 '비트의 유령들(Specters of The Bitstream)'이 오는 7월 19일까지 서울 아트조선스페이스(ACS)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십 년간 이어온 디지털 노이즈 기반의 회화·미디어 작업을 집중 조명한다.

하인두예술상은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하인두(1930~1989)의 예술 정신을 계승하고자 2022년 제정된 작가상이다. 하인두가 작고한 만 59세를 기준으로 매해 동일 연령 미만의 작가 1인을 선정해 상금(1000만 원)과 함께 개인전을 지원한다.

올해 수상자인 박종규는 디지털과 회화,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적 실천으로 “하인두 미학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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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하인두예술상 수상 작가 박종규 개인전이 열리는 아트조선스페이스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박종규는 디지털 기기에서 발생하는 오류 신호, 이른바 ‘노이즈’를 미학의 출발점으로 삼아 회화와 미디어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에게 노이즈는 단순한 결함이 아니다. 기술의 그늘에서 밀려난 신호이자, 보이지 않는 감각의 잔재, 그리고 인간의 흔적이다.

그는 “배제된 것들 속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기술의 완전성에 대한 회의와 시각적 기준에 대한 질문을 작업에 담는다. 노이즈를 통해 주류와 비주류, 중심과 주변을 구분 짓는 경계를 흔들고, 미적 관습에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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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수직적 시간 Vertical Time, 2025, Acrylic paint on canvas, 200×150cm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에는 LED 전광판 영상, 시트지와 물감을 여러 겹 쌓아올린 회화, 2015~2016년 제작된 기하학적 드로잉 등 총 27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특히 드로잉은 단순한 선의 조합이 아니라, 작가가 구축해온 기하학적 조형 언어의 구조와 논리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이 드로잉은 영상 작업으로 확장돼 LED 화면 속 빠르게 흐르는 추상 이미지로 재구성된다.

전시 제목 '비트의 유령들'은 박종규 작업의 개념을 응축한다. ‘비트(bit)’는 디지털의 최소 단위이며, ‘유령들(specters)’은 시스템 밖으로 밀려난 신호이자 감각의 흔적이다.

작가는 이 보이지 않는 신호들을 호출하며,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 사이의 틈’을 포착한다. 이는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지며, 감각의 체계에 다시금 균열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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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작가. 사진=아트조선스페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종규는 계명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했다. 대구시립미술관과 후쿠오카시립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뉴욕 아모리쇼 포커스 섹션 선정, 러시아 모스크바국립아카데미미술관, 상트페테르부르크 현대미술관, 멕시코 국립미술관, 쿠바비엔날레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한편 하인두예술상은 수상자에게 상금 1000만 원과 함께 아트조선스페이스 전시, 파리 국제예술공동체(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레지던시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제4회 수상자로는 정연두 작가가 선정됐으며, 오는 2026년 6월 기념 전시가 예정돼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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