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그림 속을 흐르는 바람…호리아트스페이스, 최제이 개인전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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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아트스페이스, 최제이 개인전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작가 최제이(50)는 에스키스 없이 즉흥적으로 붓질한다. 반복과 지움, 다시 그리기를 거친 화면은 감정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 조용히 내면을 응시하는 감각의 풍경으로 완성된다.

서울 삼청동 호리아트스페이스가 펼친 최제이 개인전 '바람 없는 집'은 즉흥성과 직관, 감정의 결을 따라 흐르는 화면이 돋보인다.

전시는 ‘바람’과 ‘집’이라는 상징을 중심으로, 삶의 감정선과 회화적 리듬을 조용하게 풀어낸다. 신작 회화 15점을 선보인다.

최제이의 화면은 멈춰 있지 않다. 정지된 풍경처럼 보이지만, 붓질 하나하나에는 미세한 떨림과 감정의 진동이 있다.

마치 바람이 그림 속을 계속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그 움직임은 화면 위에 감춰진 리듬이자 호흡으로 남는다. 관람자는 고요한 장면을 마주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바람이 여전히 불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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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이 개인전 'The Sanctuary 51'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표작 'The Sanctuary51'은 전시의 시각적 중심축이다. 확장된 화면 위에 놓인 집은 바람이 머물렀다 사라지는 흔적을 품고 있다. 고요하면서도 압축된 감정의 공간은 내면의 균열을 지나 심리적 귀환의 장소로서 ‘집’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The Sanctuary48'에서는 자유로운 붓질과 정지된 하늘이 충돌한다. 작가는 특정한 서사를 제거한 채, 감정의 흐름 자체를 화면에 남긴다. 관객은 추상의 여백 안에서 각자의 감정 결을 투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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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제이, The Sanctuary47, 2025, Oil on canvas, 116.8×91cm *재판매 및 DB 금지


'The Sanctuary47'은 가장 간결하면서도 직선적인 감정 흐름을 보여준다. 흘러내리는 붓질과 톤 다운된 하늘은 ‘통제 불가능한 삶 속에서 감각을 따라 흘러가는 태도’를 구현한다. 작가는 이를 두고 “작업은 삶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최제이는 ‘지각은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메를로-퐁티의 철학처럼, 회화를 감각과 생명, 귀환의 서사로 풀어낸다. 바람은 더 이상 고통의 상징이 아닌 감정의 리듬으로, 집은 숨는 장소에서 희망의 장소로 전환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년간 일관되게 그려온 ‘바람과 집’ 연작의 변주이자 전환점으로, 감정의 여운과 삶에 대한 사적인 통찰을 남긴다.  전시는 6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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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제이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갤러리 아트사이드, 가나아트스페이스, 수호갤러리, 갤러리 헤세드 등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60여 회 이상 단체전 및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서울), 경기미술재단, 수호갤러리, 쉐라톤 워커힐 애쉬톤(서울), 신협중앙회연수원(천안), Sakimi Art museum(오키나와, 일본) 등 국내외 기관 및 개인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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