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숨 쉬듯 그리는 화가들'…누크갤러리, 이피·정정엽 2인전
2025.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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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피, 쌀밥 침대, 2025,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61cm ▲ 이피, 샤오룽바오(小籠包) 에로티시즘, 2024,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61cm ▶ 이피, 국수 구토 구멍, 2025, 장지에 먹, 색연필, 금분, 아크릴, 수채, 191×61cm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을 그리는 일은 생존이자 숨쉬기다."
이피(44)와 정정엽(63)의 2인전 '숨어서 숨쉬는 작가 연합'전이 서울 삼청동 누크갤러리에서 28일부터 6월 28일까지 열린다.
두 작가는 여성으로서의 시선으로 일상을 포착하고, 감정의 결을 따라 손끝의 드로잉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의 삶을 드러내되 이를 직접적인 여성주의적 선언으로 치환하지 않는다. 조용히 숨 쉬며 그려내는 회화 속에는 삶과 감정의 밀도를 따라가는 자연스러운 여성적 감각이 은은하게 배어 있다.
20년의 세대차를 둔 두 작가는 각자의 표현언어로 반복과 몰입, 감각의 흐름을 통해 삶과 예술을 연결해 왔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드로잉 총 30여 점을 통해 두 작가의 호흡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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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광장20250404, 2025, oil on canvas, 130×162cm *재판매 및 DB 금지 |
정정엽은 살림 속 곡식과 씨앗을 소재로 여성노동의 감각을 그려온 작가다. 씨앗이 흩어지고 모이며 만들어내는 화면은 초현실적인 밀도로 관람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상에서 발견한 작고 사소한 것들(팥, 콩, 벌레, 풍경)은 자유롭게 화면 위를 이동하며, 구상과 추상을 오가며 무언의 서사를 쌓아간다. 반복되는 붓질과 점의 집적은 마치 시간의 농밀한 축적처럼 다가온다.
이피는 지난 겨울 중국 상하이 레지던시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과 감정의 풍경을 신비롭고 환상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그림 속엔 국수를 토해내는 입, 침대 위로 펼쳐진 쌀밥, 샤오룽바오 만두 위로 꽂힌 빨대가 등장한다. 작가는 개인의 경험을 음식과 몸의 감각으로 번역하며, 현실과 허구, 상상과 기억이 뒤섞인 서사를 만든다.
몸으로 느끼고 손끝으로 번져나가는 그림들은 여성의 시선에서 일상을 재구성하며, 조용하지만 깊은 호흡으로 회화의 현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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