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대구간송미술관, 겸재·단원·혜원 다시 만났다
2025.05.17
상설전시 전시 작품 교체
산수화 등 22건 32점 새롭게 공개
![]() |
신윤복-연소답청 ⓒ간송미술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선 회화의 정수를 이룬 거장들이 대구에서 다시 만나 조선이 추구한 미학을 전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상설전시 작품 일부를 교체하고,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 조선의 삼원·삼재 작품을 중심으로 회화·서예 22건 32점을 새롭게 선보인다. 15일 교체한 작품과 함께 전시는 9월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간송 소장품의 깊이와 K 아트의 뿌리인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다. 자연을 그린 산수, 사람을 담은 인물, 마음을 새긴 서예, 조선의 미학을 구성한 세 축이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 |
김홍도-구룡연 ⓒ간송미술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
◆산수화, 붓끝에 담긴 조선의 풍경과 정신
산수화 섹션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말기에 이르는 7건 12점이 소개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겸재가 평생 화두로 삼은 금강산의 절경이 담겼다. 곡선과 수직의 균형, 여백과 먹의 농담이 조선 후기 실경산수화의 미감을 집약한다.
단원 김홍도의 ‘구룡연’도 출품됐다. 구룡폭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기암절벽 사이로 물줄기가 흐르는 풍경을 단원의 자유로운 필치로 담아냈다. 여기에 김명국의 금니산수병, 오원 장승업의 산수화까지-화가의 개성과 시대적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인물화, 조선의 이상과 일상 사이
윤두서, 강세황, 최북, 조영석, 김득신, 김홍도, 신윤복-이름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이들의 인물화 7건 10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특히 혜원 신윤복의 풍속화는 시대를 관통한 미감을 전한다. 머리에 비녀를 꽂은 여인의 뒷모습, 장터에서 담배를 태우는 남정네의 표정… 정제된 붓질 속에서도 살아 움직이는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단원의 인물화는 해학과 일상의 관찰력으로 가득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조선 사람’의 온기가 전해진다.
![]() |
김정희-호고연경 ⓒ간송미술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예, 글씨에 새긴 시대와 정신
서예는 조선 문인들의 정신이 가장 응축된 장르다.
이번 전시에는 추사 김정희, 석봉 한호, 퇴계 이황, 정약용, 이하응(흥선대원군) 등 대가들의 필묵이 등장한다.
추사 김정희의 ‘호고연경’은 완숙기에 다다른 추사체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며, 한호의 ‘망여산폭포’는 웅건하면서도 절제된 석봉체의 미감을 전한다. 글씨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그들의 숨결을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 |
조희룡-매화서옥 ⓒ간송미술문화재단 *재판매 및 DB 금지 |
◆조희룡 ‘매화서옥’, 조선 회화의 정서적 절정
별도의 명품전시관에서는 ‘매화 화가’ 조희룡의 '매화서옥'이 단독 전시된다.
가파른 산기슭 아래 자리한 서옥과 그를 에워싼 매화, 병 속에 꽂힌 한 가지 매화를 응시하는 인물-이 작품은 조희룡 스스로를 투영한 듯한 정서적 자화상이다. 한 폭의 그림 안에 문인의 미의식, 자연 속 삶에 대한 동경, 조선 말기 화풍의 절제가 모두 담겼다.
이번 상설전 교체를 통해 선보이는 회화와 서예 작품은 9월까지 이어지며, 기획전 '화조미감'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