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검은 실루엣 '러브'의 ‘Singing Birds’…日작가 리이, 부산서 亞 첫 개인전
2025.05.09
오케이앤피 부산서 6월8일까지
![]() |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검은 실루엣이다. 손가락처럼 가느다란 형태로, 화면 아래에 조용히 앉아 있지만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름은 ‘러브(LUV)’. 일본 현대미술가 리이(LY·44)가 만든 이 캐릭터는 말없이도 감정을 건네는 존재다. 처음엔 '러브'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위를 감싼 단색조의 숲과 새, 인물들이 형상을 띠기 시작한다. 색채는 서서히 말문을 열고, 감정의 풍경은 천천히 피어나는 분위기다.
오케이앤피 부산은 아트부산 시즌에 맞춰 리이를 초청, 개인전 'Singing Birds'를 6월 8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아트페어 외 지역에서 열리는 첫 아시아 개인전으로, 거리 문화에서 자라난 작가의 서정적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리이의 작품은 검은색으로 그려진 무표정한 캐릭터 ‘LUV’와 절제된 단색조 화면이 특징이다. LUV는 작가와 함께 성장해가며 현대인의 내면을 대변하는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 |
오케이앤피 부산은 리이 개인전 'Singing Birds'를 6월 8일까지 연다. *재판매 및 DB 금지 |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한 초기에는 여성주의적 시각과 표현주의적 감성을 바탕으로 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리이는, 일본 하라주쿠의 스트릿문화와 ‘우라하라(裏原宿)’의 영향을 받아 도안적이고 상징적인 스타일로 변화했다. 최근에는 딸의 제안으로 핑크, 옐로 등 밝은 색채를 실험하며 자신만의 서정적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 변화의 연장선에 선 'Singing Birds'는 유년 시절의 기억, 꿈, 도시와 자연이 교차하는 내면의 풍경을 담았다. 러브는 때로는 새와 함께, 때로는 분홍빛 풍경 속 인물과 나란히 등장하며 감정을 대신한다. 회화뿐 아니라 도자기 작업에도 그 감성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리이는 부산을 직접 방문해 도시를 스케치했고, 그 경험은 작품 곳곳에 스며들었다.
오케이엔피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리이는 최근 일본을 넘어 미국, 영국,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 초청받으며 국제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