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서도호, 테이트 모던서 대규모 개인전…‘투명한 집’, 런던을 다시 흔들다
2025.05.01
'Walk the House' 개막
기억과 공간의 미학
영국 관객 사로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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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 서도호 개인전 전경. 사진=Victor Noh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내가 관심을 가지는 공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비물질적이고 은유적이며 심리적인 공간입니다. 나에게 있어 '공간'이란 모든 것을 품는 것입니다."(작가 서도호)
테이트 모던에서 개막한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Walk the House'가 30일 개막과 동시에 관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며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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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 서도호 개인전 전경. 사진=Victor Noh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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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더 제네시스 익스비션: 서도호: Walk the House'가 개막 전경. 사진=Victor Noh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5년 전, 런던은 제게 고향이 되었습니다. 테이트 모던은 제가 이곳에 온 이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미술관이자, 제 아이들이 자라며 자주 찾은 곳이라 이번 전시는 저에게 특히 뜻깊습니다. 저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일상적인 요소들이 침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번 테이트 모던 전시에서는 하나의 넓고 열린 공간을 활용해 대부분의 작업을 선보이고 그 중에는 제가 오랫동안 구상하고 작업해 온 새로운 설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에게 《Walk the House》는 다양한 시간과 장소, 그리고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역사를 담고 있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제 인생에 있어서 바로 이 순간 그리고 이 장소에서만 만들 수 있었던 전시입니다."(서도호 작가)
전시 제목 ‘Walk the House’는 해체와 재조립이 가능한 한옥 개념에서 착안됐다. 공간은 단순한 주거가 아닌 이동, 이주, 기억의 구조체로 작동하며, 작가의 기억을 따라 ‘걷는’ 방식으로 시간과 감정 속을 통과하게 된다. 관람객은 작가가 실제 거주했던 공간을 1:1 스케일로 재현한 반투명 천 구조물 사이를 자유롭게 걸으며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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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사진=Victor Noh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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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사진=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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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대표작인 'Nest/s'(2024)는 현재 서도호가 거주 중인 런던 자택을 흰색 실크로 정밀하게 재현한 설치다. 벽면 곳곳에는 이전 거주지의 스위치와 퓨즈 박스, 온도 조절기 등이 컬러로 박혀 있다. 보이지 않는 기억의 궤적을, 실체화된 흔적으로 끌어낸 장치다.
'Perfect Home: London, Horsham, New York, Berlin, Providence, Seoul'(2024)은 작가의 여섯개 도시 거주지를 하나로 엮은 대형 구조물이다. 방에서 방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건축 양식, 색감, 밀도는 곧 그의 이력서이자 자화상이다. 걸어 다닐수록 깊어지는 ‘감각적 자서전’ 같은 작품이다.
'Rubbing/Loving Project: Seoul Home'(2013–2022)은 서울의 어린 시절 집을 종이로 감싼 뒤, 벽의 질감을 손으로 문질러 옮긴 탁본 작업이다. 한 장 한 장 쌓인 종이는 단지 표면이 아니라, 오래된 감정의 지층처럼 보인다.
'광주극장 사택'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폐허가 된 공간을 같은 방식으로 탁본한 작업이다. 그레이톤의 거친 질감, 부재를 강조하는 구성은 서도호 작업 중 가장 정치적이고도 침묵하는 강도를 지녔다.
이외에도 졸업사진을 모자이크처럼 구성한 (2000), 실 드로잉(Thread Drawing), 영상작업 (2018), (2022)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들이 함께 전시된다.
영국 '가디언'은 “이 투명한 집들은 과거의 공간이 아니라, 기억의 기념비다. 관객 각자의 삶을 되짚게 하는 이 전시는, 서도호가 어떻게 공간을 통해 기억을 들려주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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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로 우뚝 선 서도호는 '한국 수묵 추상의 창시자'인 故서세옥(1929~2020)의 아들로, 영국에서 거주하고 활동한다. 성북동 한옥에서 오래 살았던 그는 2018년 런던 도심 유리 빌딩 건물 사이 육교 위에 한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형태로 설치한(Bridging Home, London)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여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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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작가. 사진= 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세계 미술계에서 활약하는 그는 지난해 한국 전시를 통해 대중적으로도 인지도를 쌓았다.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 '프리즈 서울 2024'에서 동생인 서을호 건축가와 함께 서세옥 화백 작품을 'LG 투명 올레드 TV'를 통해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Walk the House'는 제네시스의 글로벌 문화예술 프로젝트 ‘제네시스 아트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앞서 제네시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도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해 이불, 제프리 깁슨 등의 전시를 후원해왔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 테이트 모던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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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사진=제너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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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Victor Noh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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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테이트모던 서도호 전시 전경. 제네시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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