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북을 꿰매고 감각을 엮는다’…요한한 개인전 ‘엮는 자’
2025.04.22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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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한 Yohan HÀN, 메타모포시스 Metamorphosis, 2022-2025, 동물 외피, 천연안료 Animal skin, natural pigment, Variable dimension (1)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감각은 기억을 불러들이고, 몸은 시간을 꿰맨다.'
작가 요한한(Yohan HÀN·42)이 신체와 감각, 그리고 시간을 주제로 한 개인전 ‘엮는 자’를 열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에서 23일 개막해 6월 7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제작한 조각, 설치, 영상 작품 20점을 선보인다. ‘엮는 자’라는 제목처럼, 서로 다른 재료와 감각, 문화를 꿰매고 연결하는 작업이 주를 이룬다.
작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브제는 바로 ‘북’. 동물의 외피로 만든 북은 타악기이자,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주술적인 의례에 사용되던 도구다. 요한한은 이 북을 직접 꿰매고 채워 넣으며, 잊힌 몸짓과 감각을 퍼포먼스로 되살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메티사주(Métissage)’, 프랑스어로 ‘혼합’을 뜻하는 단어다. 그는 전통과 현대, 신체와 디지털, 물질과 비물질을 연결해 하나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한다.
요한한은 “예술은 본질적으로 시간에 대한 질문”이라며 “내 작업은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교차점을 신체를 통해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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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한 Yohan HÀN, 철월 Gibbous, 2022, Animal skin, wood, nail, natural pigment, dye, 70 x 70 x 9 cm *재판매 및 DB 금지 |
작가에게 있어 피부는 단순한 신체의 경계가 아니라, 감각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을 이어주는 ‘감각의 접면’이다. 반복적으로 꿰매고, 맞닿고, 엮는 작업은 신체와 공간, 기억과 현재를 ‘공명’이라는 방식으로 이어 붙인다.
"나의 작업은 디지털 매개 환경 속에서 신체적 감각이 어떻게 지속되고, 변형되는지를 탐구한다. 퍼포먼스, 조각, 오브제 설치를 통해 신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매체로 다룬다. 이 신체는 시간, 기억, 흔적, 제의의 층위들 속에서 공명하는 존재이다. 예술은 본질적으로 시간에 대한 사유다. 시간은 어떻게 보존되고, 어떻게 이동하며, 어떻게 저항하는가? 나는 이러한 질문들을 직관적인 몸짓, 움직임, 피부, 춤, 그리고 신체화된 의례를 통해 접근한다. "(작가 요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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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view of ARARIO GALLERY SEOUL 3F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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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tion view of ARARIO GALLERY SEOUL 4F *재판매 및 DB 금지 |
"내 작업은 과거로의 회귀를 제안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시간적 혼성의 장을 구성하고자 하며, 퍼포먼스를 통해 이러한 교차는 더욱 증폭되며, 신체는 결국 시간 그 자체를 담는 조형적 표면으로 변모한다. 이 작업들은 일종의 지각 실험이다. 아르카익한 공명과 동시대의 해체가 충돌하는 그 접점에서, 새로운 감각의 방식, 새로운 기억과 존재의 형태를 모색한다."(작가 요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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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한 Yohan HÀN, 세 연주자 Three Musicians, 2025, Metronomes, drum skins, Audio dispositif, Variable dimension *재판매 및 DB 금지 |
이 전시는 디지털 추상성과 물질의 무게가 만나는 하이브리드한 공간 속에서, '원초적 감각은 어떤 형태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피부, 북, 퍼포먼스를 통해 이어 붙인 감각의 잔상은, 오늘날 예술이 다룰 수 있는 감응과 공명의 범위를 넓혀준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는 퍼포먼스를 생략하고 메트로놈이 연주자로 작용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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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한 작가. ⓒ Yohan HÀN. Courtesy of the Artist and Arario Gallery. *재판매 및 DB 금지 |
◆작가 요한한은?
1983년 프랑스 트라프에서 태어나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파리1대학 팡테옹 소르본 조형예술학과 석사를 취득한 후 2019년 파리-세르지 국립고등미술학교 국가조형예술학위를 받았다. 수림큐브(서울, 한국, 2023), 팔리아멘트 갤러리(파리, 프랑스, 2022), 갤러리조선(서울, 한국, 2019)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금천예술공장,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프랑스 파리 라 제네랄과 프랑스 파리 국제예술공동체 레지던시 등에 입주하여 작업한 이력이 있다. 청주시립미술관 등의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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