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선(線)과 획(劃) 사이’…김범중·안재홍·윤향란·이길래

2025.04.21

김종영미술관 기획전 6월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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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중 작업 전경. 만물에 내재하는 파장은 보이기 보다는 들리는 것이기에 시각적 단서는 최소화하고 시공간의 한 토막에 무한한 주름을 접어 넣는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선은 그림의 시작이다. 선사시대 동굴벽화도 점과 선만으로 완성된 일종의 추상이었다. 김종영미술관이 선을 주제로 한 기획전 ‘선과 획 사이’를 마련했다.

김범중, 안재홍, 윤향란, 이길래 등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전시는 회화와 조각, 평면과 입체를 아우른다. 김범중과 이길래는 평면 회화, 안재홍과 윤향란은 조형 작업을 선보인다.

공통점은 ‘선’이라는 주제 외에도 작업마다 고도의 ‘공력(功力)’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김범중과 이길래의 드로잉은 티베트 승려가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안재홍과 윤향란의 입체 작품은 마치 선묘로 기운생동을 그려내려는 서화가의 치열한 운필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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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 공간에 3차원의 드로잉 느낌으로 인체 작업을 한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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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향란 조형작업. *재판매 및 DB 금지
K컬처의 영향으로 K-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점과 선, 수행성을 내세운 단색화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질문이 생긴다.

서양에선 ‘점과 선’을 말하지만, 동양은 ‘점과 획’을 이야기한다. ‘선’이 아니라 왜 ‘획’일까.서양은 점선면의 조형 요소를 분석하며 개념적으로 세계를 해석해왔다. 칸딘스키는 바우하우스 강의록 '점, 선, 그리고 면'에서 점을 ‘위치만 존재하는 도형’이라 정의하고, 선은 무수한 점의 연속으로 규정했다.

선은 분석 가능한 구조이자 명사적 개념이다.반면 동양은 ‘획’에 주목한다. ‘永’ 자 하나로 점획을 배우는 서예의 기본 운필법 ‘영자팔법(永字八法)’처럼, 획은 단순한 형상이 아닌 행위의 결과다. 線이 ‘줄’이라는 명사적 개념이라면, 劃은 ‘긋는다’, ‘나눈다’는 동사적 개념이다. ‘서양은 명사로 세상을 보고, 동양은 동사로 본다’는 관점도 여기서 비롯된다. 획은 의지와 의도의 집합체다.(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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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래 작업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결국 동양 회화가 지향하는 ‘기운생동’의 본의도 선이 아닌 획에서 출발한다. 선이 남긴 흔적보다,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미학이다.  김종영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동양의 ‘획’ 개념에 주목하며, 선과 조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조명한다. 전시는 6월 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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