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밤의 풍경, 낯설고 선명하게…헤롤드 앤카트 서울서 ‘좋은 밤'

2025.04.22

가고시안, APMA 캐비닛에서 신작 5점 공개

만화가 Hergé·Peyo의 감각을 회화로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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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프로젝트 공간 APMACabinet(APMA 캐비닛)에서 헤롤드 앤카트의 개인전이 5월16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어둠이 내려앉은 풍경, 보이지 않기에 더 또렷해지는 감각을 자극하는 전시가 열렸다.

세계적인 미국 화랑 가고시안(Gagosian)이 한국 미술시장에 헤롤드 앤카트(Harold Ancart)의 개인전을 깜짝 공개했다.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 내 ‘APMA 캐비닛’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좋은 밤(Good Night)’을 주제로, 작가의 신작 회화 5점을 선보인다.

앤카트는 밤이라는 시간대가 불러오는 색채와 감각의 변화를 조망한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색과 형태를 통해 풍경과 내면의 자아를 연결한다. 작가는 한국 관람객들을 위해 전시장을 편안한 분위기로 꾸몄다. 원래 유리 벽면을 캔버스 색감의 패브릭으로 덮고 의자를 마련해 내밀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밤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죄수들은 달아난다.”(헤롤드 앤카트)
198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난 그는 정치학을 공부하다 진로를 바꿔, 2007년 브뤼셀의 ‘라 캉브르 국립시각예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visuels de La Cambre)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카트는 자신이 받은 시각적 영감의 원천으로 동시대 미술보다 어린 시절 접했던 만화를 언급한다. ‘땡땡의 모험’의 에르제(Hergé), ‘스머프’의 창시자 페요(Peyo)는 그에게 단순화된 풍경 구성과 색면의 감각을 일깨운 존재였다.

에르제의 ‘클리어 라인’은 명확한 윤곽과 색채의 독립성을 강조했고, 페요의 동화적 공간과 과장된 자연은 앤카트의 추상적 회화 언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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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롤드 앤카트의 개인전이 서울 아모레퍼시픽 본사의 프로젝트 공간 APMACabinet(APMA 캐비닛)에서 5월16일까지 열린다. *재판매 및 DB 금지


"밤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다. 아이들은 꿈을 꾸고, 죄수들은 달아난다."(헤롤드 앤카트)

이번 서울 전시에서 그는 어둠 속 사물의 ‘변형(metamorphosis)’ 가능성에 주목하며, 이를 회화적 실험의 중심에 둔다.

'Sleeping Tree'(2025)에는 어둠 속 한 그루의 나무가 중심에 서고, 짙은 푸른 잎사귀와 다채로운 식물들이 화면을 채운다. 'Field and Dawn'(2025)은 주황빛과 흰색의 지평선을 배경으로, 나무 그림자가 겹쳐지며 새벽의 기운을 전한다.

'View'와 'Grand View'(2025)는 동일한 바다 풍경을 다룬 작품으로, 초저녁에서 깊은 밤까지 시간의 흐름을 색채의 변화로 포착했다. 짙어지는 하늘과 차분해지는 물빛이 관람자의 감각을 서서히 고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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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롤드 앤카트, 〈Good Night〉, 2024, 캔버스 위 오일 스틱과 연필, 아티스트 프레임, 123.2 × 149.9 × 5.1 cm © Harold Ancart.
사진: JSP Art Photography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의 제목과 동일한 작품 'Good Night'(2024)에서는 집 바깥의 분홍빛 꽃나무와 실내 벽에 걸린 풍경화 조각이 병치된다. 자연과 인공,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느슨하게 풀어지며, 화면 전체를 짙은 색의 얼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모든 예술 작업이 결국 인간에 의한 인위적 산물임을 암시하는 연출이다.
보이지 않는다. 무언가를 분명하게 볼 수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어둠 속의 사물들은 변형(metamorphosis)에 더 취약하다.”(헤롤드 앤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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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는 그의 회화는 ‘밤은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말해준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감각들이, 푸른 어둠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헤롤드 앤카트는 이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색으로 한국 미술시장에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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