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불확실의 시대, 확실한 감각…'화랑미술제'의 진화[초점]
2025.04.21
43년 전통 2025 화랑미술제, 진부→역대급 진보
16~20일 5일간 6만명 북적..중저가 완판 행진
MZ세대 컬렉터 부상 아트페어 구조 바꿔
판매 중심 구조→ 관계 중심 플랫폼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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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화랑협회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43회 화랑미술제 VIP 프리뷰 행사를 갖고 국내 정상급 갤러리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5 화랑미술제는 지난해 참여한 156개 갤러리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로, 168개 국내 갤러리가 참여한다. 2025.04.16.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경기 침체, 정치적 불신, 소비 위축 ‘불확실’이란 단어가 일상이 된 지금, ‘2025 화랑미술제’는 역대 최대인 6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이며 예상을 뒤엎었다. 숫자 자체도 이례적이지만, 진짜 주목할 지점은 이 아트페어가 드러낸 지형 변화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건 단순한 인원이 아니라, 미술을 대하는 방식의 전환, 소비자와 작가, 갤러리 사이의 관계 구조 변화였다.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 흐름은 MZ세대 컬렉터의 부상이다. 이들은 단지 작품을 구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선호하는 전시 구성과 관람 방식을 통해 아트페어의 구조를 바꾸고 있었다. 테마형 도슨트, 참여형 기획전, 솔로 부스 등이 기존의 ‘부스 나열형’ 전시를 넘어 하나의 큐레이션된 경험을 지향하게 된 것도 이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그리고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중저가 시장의 성장’이라는 미술시장의 재편과도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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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화랑협회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43회 화랑미술제 VIP 프리뷰 행사를 갖고 국내 정상급 갤러리들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5.04.16. [email protected] |
특히 주목할 만한 건 ‘솔로 부스’의 실험이었다. 한 작가에게 부스를 온전히 내어주는 이 구성은 단순한 공간 배치가 아니라, 작가 중심 전시라는 선언에 가까웠다. 갤러리는 정체성을 드러냈고, 관람객은 더 깊은 몰입을 경험했다. 박성옥, 김선우, 마이큐(MYQ) 등 다양한 작가들이 이 공간을 통해 단순한 ‘작품 하나’가 아니라 ‘작가 한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제공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판매를 넘어, '관계'가 중심이 되는 아트페어의 진화를 보여준 지점이다.
이런 흐름에 연예인들도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배우 김희선을 비롯해 이효리, 정우(NCT), 빈지노와 스테파니 미초바, 에프엑스 엠버 등이 행사장을 찾은 모습은 단순한 VIP의 방문을 넘어, ‘미술’을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문화적 언어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이들의 SNS 공유는 또 다른 관람을 유도하는 통로가 되었고, 미술에 대한 접근성은 그만큼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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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화랑미술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
특히 올해 화랑미술제는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다층적으로 확장했다. 리드 파트너인 리딩금융네트워크는 젊고 유망한 미술 분야 리더들을 지원하며, 관람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이번 협업은, 아트페어가 예술 생태계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KB금융그룹 역시 Kiaf SEOUL에 이어 화랑미술제에 참여해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 Edition 6’의 공식 파트너로 함께했다. 'KB Hall' 부스에서는 KB X 신진작가 특별전을 진행하며, 작품 엽서 증정, 포토존 이벤트 등 관람객 참여형 콘텐츠도 함께 운영해 현장의 반응을 끌어올렸다.
결국 화랑미술제는 단지 ‘43년 전통의 아트페어’가 아니라, 국내 미술시장 변화의 리트머스이자, 가장 민감한 반응계를 갖춘 플랫폼으로 다시 평가받고 있다. 판매, 관람, 참여, 공유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시점에서 미술은 여전히 구매의 대상이지만, 그보다 앞서 경험되고, 기록되고, 기억되는 콘텐츠가 되어가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2025 화랑미술제’는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미술이 시대와 호흡하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동시대적인 현장으로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