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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인물들 연극 무대 같은 전시…오원배 '치환, 희망의 몸짓'

2024.10.18

아트사이드 템포러리 11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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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Untitled, 2024, 천에 혼합재료, 260x1470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몸짓은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의 총체다. 섬세한 신체 근육의 뒤틀림에 인간의 실존 탐구를 담아온 오원배(70) 화백의 '치환, 희망의 몸짓'이 완벽한 안정감을 전한다.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 템포러리에서 17일 개막한 오 화백 개인전은 마치 연극 무대처럼 연출됐다.

전시 벽면을 감싼 길이 15m의 대형 화면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됐다. 목탄화처럼 검정색의 알몸 인물들이 공간을 유영하며 에워싸는 분위기로, 이는 마치 전시 공간 자체가 하나의 유기적인 작품으로 보이도록 한다. 전시 공간과 작품의 긴밀성, 그 몰입감에 대해 그간 몰두해 왔던 작가의 의도가 만들어 낸 결과다.

공간과 공명하고 반응하는 가변적인 작품들은 관람객과의 간격을 좁히며 즉흥적인 소통과 생동감을 유발한다.

몸통형을 축으로 돌아가는 역동적 동세와 기둥, 연결되지 않은 둥근 단면이 보이는 파이프 같은 모티프들을 중심으로 모여 있는 인물들이 또 다른 층위의 회전을 만들어내며 특정한 공간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에 동적인 에너지의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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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치환, '희망의 몸짓' 개인전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 동작 한 동작 춤을 추는 무용수와 같아 보인다. 오 화백의 이전 작품들이 인물의 얼굴과 그 표정까지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얼굴의 측면과 후면만을 노출해 신체의 움직임에 더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목탄화같은 검정색의 인물들은 투박하면서도 섬세하다. 볼륨감 있는 근육의 해부학적 요소가 그대로 담긴 오 화백의 손맛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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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배 개인전 치환, 희망의 몸짓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인물들의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부감(俯瞰)적인 시점은 뒤로 넘어가는 듯한 상체의 움직임을 조망하기에 탁월한 것 같다. 작품을 보는 관람객을 저 위의 무언가를 희구하는 대상의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마치 극장의 높은 좌석에서 보듯 춤을 관람하는 관람자가 된다.

이는 한쪽 벽면을 타고 흐르듯 전개되는 작품과 함께 제작된 금속의 느낌이 나는 작품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의 구조상 한쪽 벽면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을 염두에 두어 제작된 작품들은 전시 공간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평소 다양한 재료를 통한 형식 실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가가 미러지라는 재료를 이용한 것은 그것이 각도에 따라 실재를 왜곡하여 비추는 성질을 지녔다는 데에 있다. 미러지나 금속 바탕 위에 표현한 인물들은 벽면에 설치된 작품과 달리 직접적이고 미묘하게 관람객이 위치한 지금 여기, 이 공간을 비춘다.

인물을 사이에 두고 그들의 시선 사이에는 엉겅퀴나 호랑가시나무와 같은 식물들이 병치되어 변주적 형태로 은유적 질문을 던진다. 이들은 극복 의지를 상징하는 생명체들로서 대비된 양옆의 인물들과 어우러져 진정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전시는 11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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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24, 종이에 혼합재료, 90x78.8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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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itled, 2024, 종이에 혼합재료, 90x78.8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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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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