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귀여움은 위장…미스터(Mr)가 그린 일본의 초상[박현주 아트클럽]

2026.07.16

무라카미 다카시 제자·'슈퍼플랫' 대표 작가

리만머핀 서울서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

회화·조각·작업실까지 전시장으로

눈동자에 숨은 '평화'와 일본 사회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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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만머핀 서울 미스터 개인전 전경. 2026.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귀여움에 빨려든다.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오색찬란한 소녀들이 커다란 눈망울로 관람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하지만 오래 바라볼수록 그것은 단순한 귀여움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커다란 눈 안에는 토끼와 하트, 별, 음표, 픽셀 이미지와 게임 아이콘들이 촘촘히 겹쳐져 있다. 어떤 작품에서는 한글 '평화'라는 단어도 눈동자 속에 숨어 있다.

귀여움은 입구일 뿐이다. 그 눈동자는 현실과 환상, 기억과 욕망이 겹쳐지는 또 하나의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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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만머핀 서울 미스터 개인전 전경. 2026.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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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Sculpture (Title TBC), 2026iron, FRP, urethane paint, acrylic paint and plywood base with MDF surface finish
71 3/8 x 31 3/4 x 29 1/8 inches (part 1)181.3 x 80.8 x 73.9 cm 29 x 18 3/4 x 12 1/2 inches (part 2) 73.7 x 47.7 x 31.8 cm43 1/4 x 61 1/4 x 7 1/8 inches (pedestal)110 x 155.5 x 18 cm(40514)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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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Kumiko – A Walk With Friends(쿠미코– 친구들과 산책하기)’(2026)  *재판매 및 DB 금지



리만머핀 서울은 일본 네오팝을 대표하는 작가 미스터(Mr.·57)의 개인전 '계절이 두고 간 것. 음? 날이 개었다.'를 개최한다. 지난 2017년 페로탕 서울 개인전 이후 약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두상 형태의 신작 회화 연작과 조각을 비롯해 실제 작업실 일부까지 전시장 안으로 옮겨왔다. 해외 아트페어를 통해 국내 컬렉터들에게 익숙했던 그의 세계를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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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만머핀 서울 미스터 개인전에 작가의 스타듀오를 재현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장 1층 입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작업실이다. 물감이 묻은 붓과 팔레트, 작업 도구들이 흩어진 공간 한가운데 거대한 소녀와 작가의 실물 크기 패널이 관람객을 맞는다. 잠시 자리를 비운 작가가 금세 돌아와 붓을 들 것 같은 풍경이다.

완성된 작품뿐 아니라 창작의 과정까지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며, 관람객은 그림을 감상하기보다 미스터가 구축한 세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녀들의 눈동자로 향한다.

특히 '노도카–쪽빛보다 푸르게 물든'에는 둥근 얼굴의 소녀가 초록과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눈으로 관람객을 응시한다. 은하수를 닮은 눈동자 안에는 토끼와 하트, 음표, 별, 그리고 한글 '평화'가 함께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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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Nodoka – Dyed Bluer Than Indigo, 2026 acrylic on canvas mounted on wood panel 35 3_8 x 35 3_8 x 1 3_8 inches 90 x 90 x 3.5 c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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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의 신작 〈노도카–쪽빛보다 푸르게 물든〉의 눈동자. 서울 전시를 위해 한글 '평화'를 새겨 넣었다. *재판매 및 DB 금지


눈은 감정을 표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다. 가까이 들여다볼수록 토끼와 별, 음표와 픽셀, 게임 아이콘이 서로 겹쳐지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도 자연스럽게 흐려진다.

최근 연작에서는 여러 인물과 장면을 하나의 화면 안에 중첩하는 구성도 한층 강화됐다. 밝은 색채와 '카와이(Kawaii)' 미학으로 가득 찬 화면은 만화책 한 페이지를 보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보 과잉 시대의 고립과 상실, 잃어버린 순수에 대한 갈망이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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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Drawing (title TBC)’(2026)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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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 미스터 작가. 2026.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미소녀 캐릭터는 평화롭고 희망적이며 젊은 힘을 갖고 있어요.”

전시장에서 만난 미스터는 "밝음과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모든 캐릭터에는 나 자신이 투영돼 있다. 때로는 직접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제자이자 카이카이 키키 초기 멤버인 미스터는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오타쿠 문화를 현대미술로 끌어올린 '슈퍼플랫'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1996년 도쿄 소케이미술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0년 '슈퍼플랫' 전시를 계기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회화와 조각, 설치를 넘나들며 일본 서브컬처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발전시켜 왔다.

작가명 '미스터(Mr.)'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선수 나가시마 시게오의 별명인 '미스터 자이언츠'에서 따왔다.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말하는 그는 하위문화를 일정한 거리에서 비평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감각을 작품으로 옮긴다. 그에게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비평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을 견디고 희망을 상상하게 하는 언어다.

미스터의 작품은 늘 환영만 받아온 것은 아니다. 미소녀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업은 롤리타 콤플렉스와 연결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작가는 이러한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작업의 방향을 바꿀 뜻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에로티시즘이 아니라 평화와 희망, 젊은 힘을 담고 싶다”며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를 그리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는 붕괴와 상실의 기억을 작업에 담았다. 거칠게 훼손된 화면 위에 순진한 얼굴의 소녀들을 그려 넣으며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들어 왔다.

그는 “일본은 어느 정도 평화로워 보이지만 밝지는 않은 것 같다”며 “물가는 크게 올랐지만 임금은 30년 가까이 정체돼 있어 사회 전체가 어두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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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Drawing (TBC), 2026 acrylic, silkscreen print and pen on paper 23 5_8 x 19 5_8 inches (artwork) 59.9 x 49.9 cm 27 x 22 7_8 x 1 1_8 inches (framed) 68.5 x 58 x 3 c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그린 그림이 아니다.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이자,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하나의 유니버스다.

멀리서는 만화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회화가 된다. 화면에는 붓질의 결이 살아 있고, 안료를 여러 겹 쌓아 올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평면처럼 보이던 소녀의 얼굴은 미묘한 색층과 터치로 깊이를 얻고,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이던 화면은 손의 시간이 축적된 회화로 다가온다.

전시장 입구에 재현된 작업실과 거대한 소녀 조형은 그 세계가 더 이상 캔버스 안에 머물지 않고 관람자가 직접 들어가는 공간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준다.

귀여움은 그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 눈동자 끝에는 동시대 일본 사회의 불안과 인간의 욕망, 그리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작은 평화가 함께 머문다.

어쩌면 미스터는 귀여움을 그리는 작가가 아니라, 불안을 견디기 위해 귀여움을 빚어내는 화가인지도 모른다. 그의 그림은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만화가 아니라, 현실을 견디게 하는 회화로 읽힌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만큼 작품 가격도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사다. 갤러리에 따르면 드로잉은 3만~4만5000달러, 쉐이프드 캔버스는 10만달러, 소형 회화는 12만5000달러, 100호 규모 대작은 25만달러 안팎이다.
 
미스터의 작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휴스턴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시애틀미술관, 캐나다 밴쿠버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으며, 일본 네오팝과 슈퍼플랫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는 8월 14일까지.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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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리만머핀 서울 미스터 개인전 전경. 2026.07.0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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