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
2만5000점 ‘냉장·자동화’…송영숙 관장, 뮤지엄한미 수장고 첫 공개
2026.03.26
층고 7m·온도 4~5도·습도 35%…사진 보존 특화 수장고
“사진 500년 보존” 사명감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展 2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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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6일 공개된 뮤지엄한미 수장고. 7m 층고의 스테인리스 구조와 냉장 보관 환경,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사진 보존 공간’이다.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유럽 미술관에서도 이 시설을 보러 오겠다고 연락이 옵니다.”
뮤지엄한미 송영숙 관장이 자동화된 수장고를 공개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장고를 보는 사람들마다 놀란다”며 “사진 보존에 특화된 한미 수장고는 국제적 수준”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26일 기자들에게 깜짝 공개된 수장고는 층고 7m, 온도 4~5도, 습도 35%를 유지하는 냉장 보존 시스템이다.
송 관장은 “온도를 5도로 낮추면 사진 수명이 500년 이상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미술관은 전시 공간보다 수장고가 중심입니다. 사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수장고는 사진을 ‘미이라처럼’ 보존하는 장치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드문 항온·항습 수장고로, 모든 작품에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계절에 따라 온도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방식도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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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뮤지엄 한미 수장고. *재판매 및 DB 금지 |
자동화 시스템이 특징이다. 한미약품 생산라인에서 착안한 설비로, 작품 번호 입력이나 QR코드 인식만으로 사진을 자동 호출할 수 있다. 트레이 한 칸당 최대 200kg까지 수용 가능하며, 한 시스템에 70여 개 트레이가 적재된다.
현재 뮤지엄한미가 보유한 사진은 약 2만5000여 점. 이 가운데 40%가 역사사진과 빈티지 작품이다.
송 관장은 “국가 기관이 사지 않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한미 사진 수장고는 대한민국의 국력"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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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뮤지엄한미에 소장된 고종황제 가족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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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19세기 알부민 프린트(버지니아 울프의 할머니인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 작품)도 소장되어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
그동안 열정적인 사진 수집이 소문나자 박물관에도 넘기지 않는 작품들이 들어왔다. “사진은 박스를 통째로 사들이는 ‘묻지마’ 방식으로 모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고종 장례식과 왕실 사진 등 희귀 아카이브 상당수도 이 과정에서 확보됐다.
19세기 알부민 프린트(버지니아 울프의 할머니인 줄리아 마가렛 카메론 작품)도 보관돼 있다. 미술관은 "알부민 프린트는 온도와 습도 변화에 민감해 상설 전시가 어렵다"며 "이를 위해 일부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개방형 수장고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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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6일 뮤지엄 한미 송영숙 관장이 미술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03.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
◆ “AI 이미지엔 영혼 없다”…사진의 본질은 ‘시간’
“사진은 우리 어머니 때문에 처음 접했어요.”
송 관장은 사진과의 인연을 이렇게 회상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그의 평생 작업으로 이어졌다.
한미그룹 회장이자 사진가인 그는 1969년 숙명여대 재학 시절 ‘숙미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새한살롱 ‘남매전’으로 데뷔했고, 1980년 개인전 ‘폴라로이드 SX-70’에서 일상의 감정과 순간을 포착한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주요 갤러리에서 전시를 이어오며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AI와 디지털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 사진의 의미를 묻자 답은 단호했다.
“요즘 이미지들은 디테일은 있지만 마음이 없어요. 영혼이 없으면 아무리 정교해도 떠 있는 느낌입니다.”
그는 디지털 이미지를 “조합된 결과물”로 규정했다. “사진은 다릅니다. 시간의 축적이 있어요. 그 안에 역사성과 삶이 함께 쌓입니다.”
아날로그 사진에 대한 신념도 분명하다.
“사진은 오리지널로 가야 합니다. 필름으로 찍고 암실에서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해요. 그 과정이 색감과 깊이를 만듭니다.”
1970~80년대 인스턴트 사진 작업 당시에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는 “결국 다 지나간다”며 “그래서 내가 선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관장은 현재 개인전 ‘Meditation on the Road 길 위에서’를 현대화랑에서 31일까지 열고 있다. SX-70 폴라로이드 필름 단종 이후, 인스턴트 컬러 필름 위에 회화적 개입을 더한 작업으로 필름 원본 250여 점과 대형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요즘은 화면으로만 작품을 보지만, 원본을 직접 보면 다릅니다. 가슴을 울리는 게 있어요.”
그는 사진의 본질을 ‘시간’으로 정의했다. “사진에는 시간이 쌓입니다. 그게 다른 어떤 이미지와도 다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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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무당을 직접 찍은 육명심, 〈강원도 강릉〉, 〈백민〉연작, 1983, Gelatin silver print, 뮤지엄한미 소장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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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추모전 중 박영숙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 ‘사진의 시간’…'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전시
이 같은 집념은 전시로 이어진다. 송 관장이 직접 기획한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전은 생전 함께 활동했던 동료들을 기리는 자리다.
27일부터 삼청 본관에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육명심·홍순태·한정식·박영숙’전을 펼친다.
전시 제목은 정현종 시인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에서 착안했다. 네 작가가 포착한 순간들을 오늘의 시선에서 다시 읽고, 그들의 삶과 작업을 기리는 자리다.
육명심은 ‘백민’ 연작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인물 군상을 기록했고, 홍순태는 ‘청계천’과 ‘서울’ 연작으로 50년에 걸친 도시의 변화를 담아냈다.
한정식은 ‘고요’ 연작에서 절제된 풍경을 통해 사유의 시간을 제시하며, 박영숙은 ‘36인의 포트레이트’를 통해 개인과 시대를 함께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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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뮤지엄한미 삼청 전경사진 ⓒ뮤지엄 한미. |
◆ “사진 이후의 예술로”…뮤지엄한미의 확장
한편 뮤지엄한미는 2003년 (주)한미약품이 설립한 국내 최초 사진 전문 미술관으로, 초기에는 서울 송파구 위례성대로 한미약품 본사 19층에서 운영됐다.
전시·출판·교육을 통해 한국 사진의 기반을 구축해왔으며, 2009년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설립, 2012년 사진아카데미 개원 등 연구와 교육 영역을 확장했다.
2022년 삼청동으로 이전하며 ‘뮤지엄한미’로 재출범한 이후에는 비디오아트와 뉴미디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