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트리맨' 유이치 히라코 또 왔다…갤러리바톤서 공중 조각 첫선

2026.10.23

나무 머리·사슴뿔 인물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이야기

회화·조각 신작 선보여…12월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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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바톤 제공, 사진: 최요한 Courtesy of Gallery Baton. Photo: Yoo Youngjin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머리에는 초록색 나무가 자라고, 양옆으로 사슴뿔처럼 가지가 뻗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운동화를 신은 모습은 사람인데, 얼굴은 온통 숲이다.

사람일까, 나무일까.

일본 작가 유이치 히라코(44)가 만들어낸 낯선 존재들이다. 인간과 식물, 동물이 뒤섞인 형상은 동화 속 캐릭터처럼 친근하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질문이 숨어 있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히라코의 개인전 'POSTFOREST'가 열리고 있다. 갤러리바톤에서 여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 회화와 조각 신작을 선보인다.

히라코는 일본 오카야마현의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은 영국 런던에서 공부하던 시절이다.

도시의 가로수와 공원, 실내 화분은 모두 인간의 편의를 위해 배치돼 있었다. 나무는 원하는 곳에 심어지고, 보기 좋은 모양으로 가지가 잘렸다. 자연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관리되고 소비되는 현실에 주목했다.

이후 그의 작품에는 인간과 나무가 결합한 존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아지와 고양이, 각종 식물도 함께 살아간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대신 서로 동등한 존재로 어울리는 세계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공중에 매달린 조각이다. 작가가 처음 시도한 형식이다.

그동안 바닥에 조각을 모아 숲처럼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크기와 모양이 다른 형상들을 공중에 흩어 놓았다. 관객은 작품을 멀리서 바라보는 대신 그 사이를 걸어 다닌다. 전시장이 하나의 숲이 되고 관객도 그 풍경의 일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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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바톤 <Yuichi Hirako: POSTFOREST> 전시 전경 갤러리바톤 제공, 사진: 최요한 *재판매 및 DB 금지


히라코는 지난해 일본 오카야마현립미술관에서 선보인 대규모 설치작 'Tree, Forest, Mountain'을 올해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에 출품하며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조각들을 원형으로 배치해 인간과 자연이 서로 마주 보는 관계를 표현했다.

국내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은 작가다. 2023년 스페이스K 서울에서 높이 10m와 3m에 이르는 대형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관객들이 나무 머리와 뿔 모양 가지를 가진 인물을 '트리맨(Tree Man)'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 히라코는 이렇게 말했다.

“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지만 저는 '트리맨'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따로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는데 관람객들이 이름을 붙여주신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원하는 대로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시 제목 'POSTFOREST'는 숲 이후의 세계를 뜻한다. 숲이 사라진 폐허를 그리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상상하는 이름이다.

나무 머리를 한 사람들은 기괴하기보다 유쾌하다. 그러나 귀여운 모습에 웃다가도 질문 하나가 남는다.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가, 아니면 자연을 인간의 취향에 맞춰 길들이고 있는가.

전시는 12월 5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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