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열네 살 광부, 반 고흐 책 한 권에 인생이 바뀌었다

2026.10.22

프랑스 출신 화가 장-마리 해슬리

프랑스 광산촌에서 뉴욕 소호까지, 66년 화업 조명

부산 OKNP서 29일 개막…11월 1일 이인범 특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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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ie Haessle, Terrain, 21 x 29.6 cm, Ink on paper, 1958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열네 살에 광부가 된 소년이 있었다. 매일 어두운 갱도를 드나들던 그는 병상에서 형이 건네준 책 한 권을 읽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다룬 책이었다.

그림을 정식으로 배운 적도 없던 청년은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광산을 떠나 파리로 향했고, 1967년에는 단돈 200달러를 들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프랑스 출신 화가 장-마리 해슬리(1939~2024)의 이야기다.

광부에서 뉴욕 소호의 화가로 변신한 그의 66년 화업을 조명하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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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해슬리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 해운대 OKNP는 오는 29일부터 11월 22일까지 '장-마리 해슬리: PAINTINGS 1958–2024'를 개최한다. 1958년 초기 드로잉부터 2024년 후기 회화까지, 한평생 변화를 거듭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해슬리는 1939년 프랑스 알자스의 광산촌에서 태어났다. 1953년부터 광부로 일했지만 갱도 생활로 건강이 악화돼 병원 신세를 졌다. 1957년 투병 중 읽은 반 고흐의 전기는 그의 삶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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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ie Haessle, Book, 45.7 x 60.9 cm, Oil on canvas, 1958
 *재판매 및 DB 금지


1964년 파리로 건너간 그는 건축가 조수와 호텔 야간 경비원 등으로 일하며 그림을 배웠다. 장 뒤뷔페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을 접했고,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아다니며 독학으로 자신만의 표현을 모색했다.

1967년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그의 회화는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당시 뉴욕은 앤디 워홀과 도널드 저드, 루이즈 부르주아, 백남준 등이 활동하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던 곳이었다. 해슬리는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소호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적 추상, 색면회화 등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것은 광부 시절의 경험이 그림에 남았다는 점이다.

1975년 제작한 'Line' 연작에는 정교한 직선과 기하학적 구조가 등장한다. 광산에서 기계 제도를 익혔던 경험이 추상회화의 조형 언어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하나의 양식에 머무르지 않았다.

1980년대 'Cosmos' 연작에서는 엄격한 직선이 자유로운 곡선으로 바뀌었다. 화면에는 별들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색채와 붓질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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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ie Haessle, Cosmos VI, 244 x 185 cm, Acrylic on canvas, 1983 *재판매 및 DB 금지


2000년대 'Gymnopédies'와 'Spring Lake'에서는 음악의 리듬과 풍경의 기억을 연상시키는 서정적인 색채가 등장한다. 기하학적 질서에서 자유로운 추상으로, 그의 회화는 끊임없이 변화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초기 드로잉과 기하학적 추상, 강렬한 색채의 대형 회화, 말년의 소형 작품을 함께 배치해 서로 다른 시기의 그림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보여준다.

해슬리는 2024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광산에서 시작해 파리와 뉴욕을 거친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 그림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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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ie Haessle, Gymnopédies, 137.5 x 172.7 cm, Oil on canvas, 2007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전시와 연계해 11월 1일 오전 10시 30분 OKNP 부산에서 미학예술학자이자 큐레이터인 이인범의 특별 강연 '왜, 장-마리 해슬리인가'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한 이인범은 전북도립미술관과 성곡미술관 전시 등을 통해 해슬리의 작품 세계를 연구하고 소개해왔다.

강연에서는 광부 출신 화가가 파리와 뉴욕의 현대미술을 경험하며 자신만의 회화를 구축한 과정을 살펴본다. 전시는 월요일 휴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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