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18년 만에 쏟아진 소장품…아르코미술관, 작품 구입 예산은 '0'
2026.10.15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개막
작가 60명 작품 70점 공개…12월6일까지
2010년대 초부터 수집 중단…협소한 수장고도 한계
전시 계기로 소장품 수집·운영 정책 재검토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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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한국 현대미술의 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1970년대 추상회화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과 한국화, 1990년대 실험미술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전시장이 한국 현대미술의 시간으로 채워졌다.
오래된 작품들이지만 낡지 않았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질, 파격적인 재료와 형식에서 당대 작가들의 치열한 실험이 살아 있다. 흰 벽에 걸린 회화와 좌대 위에 놓인 조각들은 옛 미술관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듯한 풍경을 만든다.
아르코미술관이 18년 만에 소장품전을 연다. 1974년 개관 이후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16일부터 12월6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은 미술관이 보유한 소장품 423점 가운데 작가 60명의 작품 70점을 선보인다.
김구림, 권영우, 성능경, 신학철, 윤석남, 이건용, 이신자, 임동식, 임민욱, 정정엽 등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추상회화와 실험미술, 민중미술, 한국화, 조각과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흐름을 아우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자리가 아니다. 아르코미술관이 지난 52년간 무엇을 수집하고 어떤 작가들을 지원했는지,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되짚는다.
그런데 정작 아르코미술관의 작품 수집은 2010년대 초 이후 멈춰 있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수집한 작품은 한 점도 없고, 현재 작품 구입 예산도 없다. 18년 만의 소장품전이 미술관의 미래를 묻는 자리이기도 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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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능경 작가의 작품 '신문: 1974년 6월 1일 이후'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시대의 장면들
전시는 작품 제작 시기를 기준으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구성됐다. 각 시대의 작품과 함께 작가들의 전시 참여 이력, 동인 활동, 아르코미술관의 주요 전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1970년대에는 권영우, 성능경, 최영림, 민복진 등의 작품을 통해 단색화와 실험미술, 반추상 회화, 구상조각이 공존했던 시대를 보여준다. 민복진의 '모자상'(1973)은 어머니가 아이를 품에 안은 모습을 단순하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1980년대에는 민정기, 박승규, 박석원, 박생광 등의 작품이 펼쳐진다. 민중미술부터 추상회화, 조각, 한국화까지 서로 다른 미술적 실험이 이어졌던 시기다. 강렬한 색채와 전통적인 도상을 결합한 박생광의 '이조'(1980)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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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생광 작가의 작품 '이조'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1990년대에는 신학철, 윤석남, 양만기, 양주혜 등의 작품을 통해 장르의 경계가 확장되던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살펴본다.
2000년대에는 김을, 송상희, 배종헌, 임민욱, 함양아 등의 회화와 설치, 영상 작품이 등장한다. 아르코미술관의 자체 기획전이 확대되고 전시와 연계한 작품 수집이 이뤄졌던 시기다.
이번 전시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20여 점도 포함됐다. 이기봉의 '날 것-흰 수건이 있는 자리', 강애란의 '생-II' 등이 대표적이다. 박생광의 '이조'와 김구림의 '음양 99-S, 207' 등 그동안 전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소장품도 공개된다.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뿐 아니라 아르코미술관이 어떤 작품을 수집하고 어떤 작가들을 지원해 왔는지도 드러난다.
작품 옆에는 작가들이 과거 아르코미술관에서 참여했던 전시 이력과 관련 기록이 함께 제시된다. 전시장 한편에는 당시의 도록과 인쇄물, 전시 연표도 펼쳐졌다.
작품의 제작 연도뿐 아니라 미술관에 들어온 시기와 당시의 미술 제도까지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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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종태 작가의 작품 '얼굴'을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소장품 4분의 1이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아르코미술관의 소장품은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이자 국가 미술지원 제도의 기록이기도 하다.
현재 소장품 423점 가운데 상당수는 개관 이후 약 20년 동안 집중적으로 수집됐다.
특히 198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등이 주최·후원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들이 기증을 통해 대거 편입됐다. 전체 소장품의 약 25%를 차지한다.
차승주 책임 큐레이터는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초기 소장품 형성이 독자적인 수집 정책보다는 예술위원회의 지원 제도와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자체 기획전이 확대되면서 전시 출품작을 소장하는 방식으로 수집 방향이 변화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수상작 약 20점과 미발표작 약 10점도 선보인다.
아르코미술관은 외부 연구자 6명을 초청해 소장품의 미술사적 의미도 재검토했다.
한국화와 판화, 추상·실험미술, 민중미술, 조각·공예 등 분야별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아카이브 공간에서 공개한다. 연구 자료는 향후 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로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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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학철 작가의 작품 '한국현대사 802'(오른쪽)와 최민화 작가의 작품 '분홍-양아치'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10년간 새 소장품 '0점'…작품 구입 예산도 없다
화려한 소장품전 뒤에는 아르코미술관의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1974년 개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실험을 지원해 온 아르코미술관이지만, 소장품 수집은 2010년대 초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수집한 작품은 한 점도 없다.
작품 구입 예산도 없다.
차승주 책임 큐레이터는 최근 10년간 작품 수집 실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작품 구입 예산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공간의 한계도 있다. 차 큐레이터는 "수장고가 굉장히 열악하고 협소하다"며 "증축할 수 없는 건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작품을 구입하거나 소장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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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건용 작가의 작품 '신체드로잉 76-1-1999'(왼쪽)를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이번 전시는 이처럼 정체된 소장품 정책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이기도 하다.
차 큐레이터는 "2000년대 이후 미술계의 지형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런 변화가 소장품에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은 전시 종료 무렵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향후 소장품 운영과 수집 정책의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소장품전 정례화나 신규 작품 구입 계획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차 큐레이터는 "소장품은 미술관 정체성의 중요한 축"이라며 이번 전시가 소장품의 가치와 미술관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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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1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소장품 특별기획전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기자간담회를 갖고 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10.15. [email protected] |
◆아르코미술관 '소장품, 시대의 장면들' 참여작가(총 60명)
강경구, 강동석, 강승희, 강애란, 권영우, 김구림, 김수범, 김영주, 김을, 김종하, 김호득, 민복진, 민정기, 박기원, 박기호, 박병광, 박석원, 박숙희, 박승규, 박영하, 박일용, 박혜성, 배종헌, 성능경, 송상희, 신범순, 신장식, 신학철, 양만기, 양주혜, 엄태정, 유영렬, 윤석남, 이건용, 이기봉, 이만수, 이신자, 이정자, 이항성, 임근우, 임동식, 임민욱, 임종두, 임철순, 전래식, 전병헌, 정수진, 정정엽, 조환, 차대영, 최민화, 최영림, 최종태, 최진욱, 한봉덕, 함양아, 홍명섭, 홍순주, 홍종명, 황용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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