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소식

중국관 철수·대만관 논란…160억 광주비엔날레, 무엇이 문제였나

2026.09.07

30년 만에 중국·대만 첫 동시 참여…예견된 양안 갈등 대비 못해

대만관 명칭 오락가락 끝 중국관 철수…“예술과 정치는 별개” 해명도 논란

홍가이 “릴케 철학적 사건 아닌 슬로건으로 소비”…본전시 기획에도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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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중국 파빌리온 전시에 참여하기로 한 중국 측 작가들이 양안갈등에 따른 철수 뜻을 밝힌 3일 오전 전남광주 서구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서 중국 측 작가들이 준비 중이던 작품이 방치돼있다. 2026.09.03.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16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대만관은 문을 열었고 중국관은 사라졌다.

대만관은 지난 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막했다. 명칭 변경을 둘러싼 우여곡절 끝에 '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대만 측은 한국에서 보내준 지지와 노력에 감사를 표했다.

반면 중국관은 작품 설치 도중 철수했다.

광주비엔날레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파빌리온에 참여시킨 결과다.

문제는 중국과 대만을 함께 초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세계의 첨예한 갈등을 예술의 공론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제비엔날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선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느냐다.
양안 관계에서 'Taiwan'이라는 명칭이 갖는 정치적 민감성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중국과 대만을 처음으로 동시에 참여시켰다면 명칭과 참여 자격, 양측과의 사전 협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적용할 원칙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는 그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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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4일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대만 파빌리온 ‘인스턴스 던전: 회색 지대(Instance Dungeons: Gray Zone)’ 개막식에서 천광이 NTMoFA 관장이 전시를 소개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1월15일까지 열린다. 2026.09.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만관' 바꿨다가 되돌리고…중국관은 철수
논란은 파빌리온 명칭에서 시작됐다.

대만 측은 당초 'Taiwan Pavilion'으로 협의했지만 재단이 명칭을 국립대만미술관(NTMoFA)으로 변경했다고 반발했다. 재단은 국가관이 아닌 기관관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기관명을 사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외 미술계에서 '정치적 검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재단은 지난달 25일 다시 'Taiwan Pavilion'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중국 측이 반발했다. 중국관 참여 작가들은 작품 설치를 중단했고 결국 철수했다.

미술계에서 시작된 논란은 전시장 밖으로 번졌다. 중국 광저우시 대표단의 광주 방문 일정이 취소됐고,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이던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도 이미 설치한 홍보관 운영을 취소했다.

광주시도 소통과 절차에 미비점이 있었다며 사과하고 운영 과정에 대한 점검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나의 파빌리온 명칭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국제행사와 도시 간 교류까지 흔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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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민형배(오른쪽)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열린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여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윤범모 "예술은 예술, 정치는 정치"
윤범모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지난 4일 개막 기자간담회에서 중국관 철수를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자신이 대만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지 않으려고 했고, 중국 측도 재단의 이런 노력을 알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중국관 철수와 대만관 참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예술은 예술, 정치는 정치이니 둘을 겹쳐 보지 말아 달라. 순수 예술 행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C-LAB은 참가 신청을 해 받아들인 것이고, 중국관은 별도로 추진해 관련 기관 간 협약까지 체결한 것"이라며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초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전시와 파빌리온 논란에도 선을 그었다. 파빌리온은 본전시와 별개로 운영되는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빌리온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비엔날레에서 예술과 정치를 그렇게 쉽게 떼어놓을 수 있을까.

특히 광주비엔날레는 1995년 광주의 민주적 시민정신과 예술적 전통을 바탕으로 출범했다. 세계 각국의 미술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동시대 사회와 역사에 질문을 던져온 국제미술제다.

파빌리온이 본전시와 별개의 프로그램이라는 설명도 재단의 기획 책임까지 별개로 만들지는 않는다. 파빌리온 역시 '광주비엔날레'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식 프로그램이다.
파빌리온은 별개라고 했지만 파장은 별개가 아니었다.

대만 C-LAB의 참여와 중국관 추진 경로가 달랐다는 재단의 설명과 별개로, 결과적으로 하나의 비엔날레 안에서 양안 문제가 충돌했다. 사태가 터진 뒤 중국관 철수를 막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와 사전에 이런 충돌 가능성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폈느냐는 다른 문제다.

30년 된 국제비엔날레라면 많은 나라를 불러들이는 것만으로 국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역사와 정치, 문화적 맥락을 읽고 충돌 가능성을 관리하는 능력 역시 국제비엔날레의 기획 역량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것은 국제화의 부족이 아니라 국제적 감각의 부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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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호추니엔(Ho Tzu Nyen·왼쪽)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제주도 화산암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제주도 화산암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겪은 '변화'가 비엔날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며 핵심 전시물로 꼽고 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를 주제로 오는 5일부터 11월15일까지 72일간 열린다. 2026.09.04. [email protected]

◆작지만 밀도 높았던 본전시…그런데 왜 릴케인가
더 아쉬운 것은 정작 본전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올해 본전시 참여 작가를 역대 최소 규모인 22개국 43팀으로 줄였다. 여러 전시장으로 뻗어나가던 기존 방식에서도 벗어났다. 작품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한곳에 집중했다.

'확장의 논리' 대신 '집중의 강도'를 택했다.

권병준·박찬경의 신작 '불림'에는 시민들이 모아준 쇠붙이가 작품의 재료가 됐다. 5·18로 삶이 바뀐 오월어머니회는 322점의 그림을 내놓았다.

작품 하나하나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작지만 밀도 높은 전시였다.

그러나 전시의 밀도와 별개로 이번 비엔날레가 내건 주제를 얼마나 깊이 밀고 갔느냐는 또 다른 질문이 제기됐다.

주제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 '아르카익 아폴로의 토르소' 마지막 문장에서 가져왔다.

지난 4일 VIP 사전 개막에서 전시를 관람한 홍가이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비평문 '철학적 신경이 빠진 명령: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릴케 오독(誤讀)에 대하여'에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홍 교수는 작품이 무가치해서 실망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전시를 지탱해야 할 철학적 핵심이 공허했다"고 지적했다. 릴케의 마지막 문장이 "하나의 철학적 사건으로 사유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슬로건으로 소비됐다"고 비판했다.

호추니엔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릴케의 문장을 '프로그램 없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무언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어떻게, 왜,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홍 교수는 이에 대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치명적으로 얕다"고 했다. 릴케의 토르소가 관람자에게 삶을 바꾸라고 명령할 수 있는 힘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 큐레이토리얼 프레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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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광장이 개막식 참가자들로 붐비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43팀으로 줄인 '집중'은 통했다
홍 교수 역시 이번 전시 전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43팀으로 작가 수를 줄이고 전시 전체를 하나의 공간에 집중한 것을 "진정으로 대담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더 많은 작가, 더 많은 공간, 더 많은 작품으로 커져온 비엔날레의 '팽창 모델'을 거부하고 집중을 택한 것은 릴케의 미학적 논리와 공명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었다"고 했다. 전시 설계에서 구현한 집중이 릴케의 존재론적 명령까지 밀고 나가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주라는 장소에서 이 문제는 더 무거워진다.

홍 교수는 "광주는 추상적인 도시가 아니다. 5·18의 도시"라고 했다.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는 명령에 광주의 시민들은 이미 역사적으로 삶을 걸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오월어머니회 322점의 그림이 등장하지만 그는 5·18의 역사적 무게와 릴케의 존재론적 명령이 충분히 만나지 못했다고 봤다.

결국 이번 비엔날레가 위대한 시와 광주의 비극이라는 "두 개의 깊은 원천"의 권위를 빌리면서도 어느 쪽도 온전히 감당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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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4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15일까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연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제1전시실 전경. (사진 = 광주비엔날레 재단 제공) 2026.09.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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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전남중국평화통일위원회 집행부가 4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앞에서 광주비엔날레 측의 '대만 파빌리온' 명칭 승인에 반발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2026.09.04. [email protected]
◆160억원 광주비엔날레, 무엇을 바꿔야 하나
중국관 철수와 릴케를 둘러싼 비판은 서로 다른 문제다.

하나는 국제미술행사를 운영하는 판단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시를 구축하는 큐레이토리얼 철학의 문제다.

하지만 두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한곳에서 만난다.

30년 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와 자신이 선택한 주제를 얼마나 깊이 읽고 있는가.

광주비엔날레재단의 총예산은 약 1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전시·행사에 투입되는 예산은 약 40억원이다. 다만 비엔날레 예산은 행사 준비 기간을 포함해 2년에 걸쳐 편성·집행된다.

국내 최대 규모 국제미술행사인 만큼 요구되는 기획과 판단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올해 본전시는 규모를 줄이면서 오히려 작품을 보는 힘을 키웠다. '더 많이'에서 '더 깊이'로 방향을 돌린 것은 광주비엔날레가 앞으로 가져갈 만한 변화다.

그러나 국제비엔날레의 경쟁력은 좋은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의 정치·역사적 맥락을 읽는 국제적 판단력이 필요하다. 강렬한 철학적 문장을 주제로 가져왔다면 그것을 전시 전체에서 감당하는 기획의 깊이도 필요하다.

중국관과 대만 C-LAB의 참여 경로가 달랐다는 설명으로 이번 논란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비엔날레 안에서 충돌할 수 있는 정치·역사적 맥락을 얼마나 면밀하게 읽었느냐가 문제다.
릴케를 불러온 것이 문제도 아니다. 그 한 문장이 가진 무게를 끝까지 감당했느냐가 문제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그 질문이 이제 광주비엔날레 자신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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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주 미술전문기자]광주비엔날레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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