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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로 "한국 개념미술은 실패한 실험 아니다…박이소 통해 되살아난 지적 전통"

2026.06.18

개념미술 석학 알베로, 국현서 6개월간 한국미술 연구

단색화·민중미술 사이 잊힌 지적 전통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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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교준 작가의 작품 '무제'(가운데)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국 개념미술은 실패한 주변부 실험이 아니다. 박이소를 통해 되살아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지적 전통이다."

개념미술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알렉산더 알베로(Alexander Alberro) 미국 컬럼비아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한국 개념미술에 대한 재평가를 제안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관장 김성희)이 19일 개막하는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 도록 서문에서 그는 1970년대 ST(공간과 시간) 그룹과 성능경, 이건용, 곽덕준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개념미술이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서 과소평가돼 왔으며, 박이소를 통해 동시대 미술 속에서 새롭게 계승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시는 김범, 김순기, 김용익, 김홍석, 박이소, 안규철, 오인환, 이건용 등 28명의 작가와 회화, 사진, 영상, 오브제, 퍼포먼스 등 140여 점의 작품 및 아카이브를 통해 한국 개념미술의 흐름을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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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리서치 펠로우 알렉산더 알베로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알베로 교수는 개념미술과 미술제도 비판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해 12월 입국해 6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의 지원 아래 한국 현대미술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이번 전시 도록에도 수록됐다.

그의 연구는 표면적으로는 박이소의 대표작 'Your Bright Future'를 분석하지만, 실제로는 1970년대 한국 개념미술의 철학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알베로 교수는 한국 현대미술사가 오랫동안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라는 두 축으로 서술되면서 개념미술이 역사 속에서 주변화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단색화의 모더니즘 추상과 민중미술의 대중적 리얼리즘 사이의 양극화된 시대가 시작되면서 예술의 존재론과 기호의 작동 방식을 탐구하던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은 대체로 중요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ST(공간과 시간) 그룹에 대해 그는 '논리적 사건(Logical Events)'이라는 개념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성립하는가를 탐구한 집단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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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건용 작가의 작품 '장소의 논리'(오른쪽)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이건용의 걷기, 성능경의 신문 읽기, 김용민의 반복 행위 등은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를 실험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알베로 교수는 "논리적 사건은 하나의 양식(style)이 아니라 방법(method)이었다"며 "감각과 무의미, 충만함과 공허를 결합하면서 의미 속에 숨겨진 물질적 기표의 존재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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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성능경 작가의 작품 '세계전도(世界顚倒)'를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그는 성능경과 곽덕준의 작업도 새롭게 조명했다. 신문, 지도, 측정도구 등 객관적 현실을 전달한다고 믿어온 표준 시스템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규칙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알베로 교수는 "그들의 작업은 '예술'이라는 본질 자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적으로 형성된 생산 절차들이 예술로 간주될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의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는 박이소다.

알베로 교수는 뉴욕 활동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박이소가 성능경과 곽덕준 등 한국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을 다시 읽어내며 존재론적 질문을 동시대 언어로 재구성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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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이소 작가의 작품 '드넓은 세상' 등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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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박이소 작품 전시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박이소의 'One Pyeong'(2001), 'Sculpture for A4'(2001), 'Your Bright Future'(2002) 등을 예로 들며 "박이소는 한국 개념미술 속에서 21세기 미술 생산을 위한 대안적 참조틀을 발견했을 뿐 아니라 예술의 상징화 아래 놓인 심연을 건드린 실험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결국 알베로 교수의 연구는 한국 개념미술을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 끼어 있던 주변부 흐름이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지적 전통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그가 주목한 것은 개별 작품이 아니다. 예술은 무엇인가, 작품은 어떻게 성립하는가, 언어는 세계를 어떻게 구성하는가를 묻던 1970년대 한국 작가들의 질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번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을 통해 ST 그룹과 성능경, 곽덕준, 박이소 등을 다시 소환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알베로 교수는 한국 개념미술을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 가려졌던 또 하나의 지적 전통으로 해석한다. 그의 연구에서 박이소는 1970년대 개념미술의 존재론적 질문을 동시대 언어로 재구성한 작가다. 결국 한국 개념미술은 사라진 실험이 아니라 오늘의 한국미술 속에서도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계보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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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2026.06.18.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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