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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공은 '향불 구멍'으로 통한다...이길우 개인전

2021.11.08

인사동 선화랑, 10일부터 개최

'108 & STON' 신작 35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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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뉴욕, 노천 Cafe -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 기법, 배접, 코팅 120x195cm 2021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번뇌와 깨달음, 색과 공이 모두 '구멍'으로 통한다.

한국화가 이길우(54·중앙대 미대 교수) 그림은 인상파의 결이 있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실체를 이루고 있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무수히 태워진 흔적의 구멍이며, 뚫려 있어 비어 있는 실체만 보인다.

이길우는 '향불 작가'로 유명하다. 향불로 한지를 태워 생긴 수많은 구멍으로 형성된 하나의 이미지와 또 다른 이미지를 중첩, 배접하고 코팅하여 완성하는 독창적인 방식이다.

이길우 신작전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10일부터 열린다. 사실적인 표현에서 상징적 표현으로의 전향을 시도했다. 삶의 양면성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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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끈적한, 갈증해소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 기법, 배접, 코팅 123.5x184cm 2021




콜라캔을 그린 '끈적한, 갈증해소'에 양면성을 담았다. 순간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지만 결국 더한 갈증을 유발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시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인간의 나약함과 그것을 이용한 기업의 부도덕한 상업적 태도를 탄산음료로 대변했다.

작품 '관객'은 화려한 무대와 품위있어 보이는 사람들 뒤에 감춰진 그늘과 외로움, 인간의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70, 80년대 브라운관 TV에서 화면을 가르는 전파 신호선을 이미지화했다. 한지라는 고전적인 재료에 구멍을 뚫어 현대인들이 쉽게 접하는 TV 모니터의 망점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양면적인 삶의 단면적 모습, 인간과 자연과 문화를 가상과 실제라는 관점에서 생명의 모든 것을 연결시키고자 한 것이다.

실체이지만 동시에 가상의 것과 같은 것이며, 가상현실과 실제, 그사이의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의 문제를 온라인이 아닌, 자신의 작품평면에서 담백하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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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관객1. 124X190.5cm, 2020 순지에 향불, 장지에 채색 및 혼합기법, 배접, 코팅


이번 전시 타이틀은 ‘108개& Stone’. 숫자 108은 간절한 소망과 바람을 부여한 의식적이고 통념적인 의미가 되었지만 작가는 그것은 단지 허상과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관념을 이야기한다. Stone은 그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일 수도 건축물의 중요한 재료가 될 수도 있는 것처럼 "무의미했던 존재가치가 예술활동의 의식 속에서 새로운 개념과 창조적 관점을 내포하는 것"임을 말한다.

향불로 드러나는 구멍을 통해 중첩된 이미지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배어있다. 무엇이든 하나일 수 없다. 색과 구멍의 겹침으로 완성된 작품은 '색즉시공 공즉시생(色卽是空 空即是生)' 미학을 전한다. 전시는 12월4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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