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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의 '정호다완', 막사발 아니다...학고재 88점 전시

202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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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대정호 Tea Bowl (Oido type), 2020, 사질카오린, 물토재유, 장작가마 소성 Stone ware, wheel throwing, wood firing, 15.1x15.1x8.9cm, 굽너비 5.5cm, 무게 330g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다완이 처음 작업이자 마지막 작업이었으면 한다.”

도예가 김종훈은 20여 년 동안 정호다완을 연구하고 제작하며 한국 도예의 맥을 이어온 작가다.

불과 씨름하며 최근 3년간 제작한 정호다완 75점과 분인다완 3점, 백자 대호 6점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는 25일 '춘추 IV. 황중통리黃中通理: 김종훈 도자'전을 개막했다.

전시에는 김종훈의 다완 대정호, 청정호, 소정호 3가지 형태의 정호다완과 함께 조선 시대 다완 3점과 달항아리 1점을 함께 선보였다.

언뜻 보기에 쉽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찻사발(정호다완)은 섬세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이 융합된 결과물이다. 막사발이라는 단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무게와 깊이, 고졸한 매력이 넘친다.

하지만 학고재는 "정호다완은 막사발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호다완은 14~16세기 제작되었다면, 우리가 흔히 막사발이라 부르는 도자기들은 17~19세기 임진왜란 이후 제작되어 서민들이 사용했던 도자기를 총칭하는 말이다."

학고재 우정우 디렉터는 "김종훈 작가가 이번 전시에 선보인 찻사발(다완)은 현재 일본에서 극진히 대우받고 있는 약 20여 점의 국보 및 보물급과 민간 유력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300여 점의 다완들을 15년에 걸쳐 수십 차례 일본에 방문하여 실사하고 내면에 용해하여 그것에서 얻어진 이해를 통하여 구현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일부의 작품에선 과거의 정호다완에서 보이는 석열과 빙열, 유약의 뭉침이 다시 재현된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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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도예가 김종훈. 사진=학고재 제공.

"나에게 각각의 경험으로 나눠져 있던 흙, 물레질, 유약, 불, 다도, 시간, 좌절, 희열들을 하나의 찻그릇에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이 그릇을 쓰는 이들의 다양한 정감이 내가 담아낸 생각들 위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켜켜이 쌓여가기를 염원해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작가는 “찻사발은 작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다"며 "작가가 만든 도화지 위에 사용하는 분들의 시간과 차에 의한 사유를 그려가는 것"이라고 했다. 

장작가마로 전통 도예의 맥을 잇고 있는 작가 김종훈은 1972년 서울 출생으로 1998년 단국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가나아트센터(서울), 여주세계생활도자관 반달미술관(서울), 갤러리 조유사(일본), 갤러리 소무시(일본), 라오구 스튜디오(베이징) 등 한중일 삼국을 오가며 개인전을 열었다.

이천세계도자센터(이천), 우리그릇 려(서울), 청주시한국공예관(청주), 갤러리 교우에이-가마(일본), 아크로스 후쿠오카(일본) 등이 개최한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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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학고재 김종훈 개인전


한편 이번 전시는 학고재의 학고창신(學古創新)의 실현을 목표로 기획한 ‘춘추(春秋)’ 전의 일환이다.  2010년 '장왕고래(章徃考來)'와 2015년 '추사와 우성'전, 2016년 '함영저화(含英咀華)'전에 이어 이번 전시가 네 번째다.

과거 3번의 전시에서는 우리 고서화와 현대의 회화, 조각, 서예, 중국 고 문물 등의 작품을 선보였고, 이번 전시에서 17~18세기의 옛날 도자기와 현대 김종훈 작가의 찻사발과 항아리 두 종의 작품으로 전시를 꾸몄다.1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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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팔도 다완 Paldo (The Eight Provinces of Korea) Tea Bowl, 17세기 17th Century, 12x12x7.8cm, 굽너비 4.6cm.
<팔도 다완> 표면에는 기름띠 같은 색감이 보인다. 저화도에서 만들어진 도기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작품에서 보이는 표현기법과 도기 형태는 전형적인 라쿠 기법으로 만든 도기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 작품은 일본 라쿠다완의 흐름 속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 후예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조국이 그리워서 였을까. 찻잔 표면에 조선 팔도의 이름을 철화로 썼다. 슬프고도 아련한 이야기를 간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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